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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야초가 자라는 소치마을의 겨울"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3. 14:44

    산야초가 자라는 소치마을의 겨울

     

    서울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2월 중순, 소치마을에는 벌써 하얗게 눈이 내려앉았다. 소복이 쌓인 눈을 비집고 자란 산야초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보물찾기 할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발견하기 어려운만큼 푸른 잎을 만났을 때의 감동이 더 컸다.

     

     

     

     

     

     

     

     

     

    강원도 산골 소치마을 이야기

    빙어로 유명한 소양강 줄기 청정 지역에 위치한 강원도 인제군 소치마을. 설악산 미시령에서 차로 1시간 남짓이면 닿는 이곳은 산더덕과 도라지, 취나물 등의 산나물과 약초를 재배하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30여 가구에 이르는 마을 사람들은 산에 마련해둔 공동 작업장에서 산야초를 기르는데, 지금과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소치마을은 본래 산야초와 산나물이 풍부한 곳이었지만 40년 전 산림녹화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산나물과 약초가 죽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나무가 울창해지는 만큼 빛을 받지 못하고 나무들에 양분을 빼앗겼던 것. 그래서 소치마을 사람들은 작목반을 만들고 국유림관림소와 보호 협약을 체결했다. 밀집한 나무를 적당히 잘라내 햇빛이 들어오도록하고 아래의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곰취가 자라던 곳에 곰취 종자를, 더덕이 자라던 곳에는 더덕 종자를 파종하고 공동재배를 하고 있다.

     

    6대째 가업을 잇는 장기봉 심마니를 만나다

    마을의 모든 일을 도맡고 있는 '소치마을의 홍반장' 장기봉 위원장은 이 곳에서 나고 자란 소치마을 토박이다. 그는 자그마치 6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데, 심마니라 하여 망태기를 짊어진 할아버지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망태기 대신 튼튼한 나일론 배낭을 짊어지고, 개 세 마리를 동행한 모습은 오히려 [인디애나 존스] 같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 심지어 멧돼지를 잡기 위해(!) 총을 둘러메고 나설 때 있다고 한다. 공동 재배를 시작한 후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멧돼지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이들이 떼로 다니며 마을 공동 자산인 약초를 먹어치우는 통에 겨울에는 멧돼지 사냥이 필수라고. 멧돼지는 7년 넘게 키운 산더덕 수십 kg을 순식간에 해치울 정도로 식성이 대단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사냥을 허가해주었단다.

     

    심마니 따라 설산으로 채집 여행

    산양삼, 산더덕, 도라지, 당귀, 곰취, 두릅, 산마늘, 취나물, 만삼, 곤드레···. 소치마을에서 기르는 산나물과 약초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여럿이다. 봄이면 두릅과 산야초의 파릇한 잎을 채집하고, 여름에는 삼산을, 가을에는 송이버섯, 오미자, 오가피 열매, 더덕, 만삼, 잔대 등을 다양하게 거두어들인다. 겨울에도 산에 나는 풀이 있을까 싶지만 땅이 얼기 전까지는 산더덕을 캘 수 있고, 겨우살이와 복령 등의 겨울 식물은 영하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잎을 내민다고 한다. 심마니가 더덕을 캐자 다소 떨어진 곳에 있었음에도 진한 향이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안은금주씨에 따르면 본래 산더덕은 이처럼 밭더덕에 비해 향이 훨씬 좋다고 한다. "숲이 우거지고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일수록 영양분이 많아 향이 짙어요. 지역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춥고 일교차가 큰 지역일수록 식물이 얼지 않으려 영양물질을 몸 안에 응축시키지요. 그래서 태백산맥의 산야초들은 남쪽 지역의 것보다 약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요. 향도 짙고요." 심마니가 막 캔 더덕을 우적우적 씹어 먹기에 "흙은 털고 드셔야죠" 했더니, 본래 산더덕은 흙째 먹어야 하는 거란다. 흙에 묻은 미생물들이 소화를 돕기 때문. 청정 지역 흙이라 나쁜 성분보다 몸에 이로운 미생물이 많다고 하니, 자연에서 나는 것은 사람 손을 타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버릴 게 없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식재료, 산양삼 이야기

    산양삼은 산지에서 차광막 등의 인공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에서 재배해 얻은 인삼을 말한다. 인삼이라 하면 당연히 '고려 인삼'을 이야기할만큼 우리나라 인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에 뒤처져 이제 외국 시장에서는 우리 인삼을 구경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몇십 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생산 시설을 갖춰온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아직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재배해온 탓이다. 그동안 품질관리 기준 역시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재배 연수를 허위로 표시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산에서 자라는 산삼의 경우엔 국가에서 희귀 자원으로 보호해 수출하기도 어려웠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산양삼 품질관리제도를 마련했는데, 덕분에 지금은 소비자가 원하면 산양삼 생산 전 과정을 확인한 수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관리 임산물을 생각하는 사람은 토양, 종자에서 재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기록하고 관리해 전문기관에서 확인을 받아야 하고, 재배하면서도 농약을 사용할 수 없다. 비료도 골분이나 어분, 미생물 비료 등 친환경 비료만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니 매출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제도가 생긴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배 속 든든한 바우농장표 닭백숙

    장기봉 심마니가 운영하는 바우농장에는 할머니 대에서부터 살던 흙집이 아직 남아 있는데, 여기에 황토를 발라 사람들이 묵을 수 있게 해두었다. 손님 오는 날이면 장기봉 심마니는 장작불 가마솥에 닭백숙을 끓인다. 이는 바우농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마을에서 키우는 토종닭을 잡아 산양삼과 만삼, 잔대를 한 움큼 집어넣어 끓인 닭백숙은 서울에서 맛보는 삼계탕에 비할 바가 안 된다. 토종닭이어선지 크기가 도시에서 파는 것의 두배는 되고 산야초를 듬뿍 넣어 진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닭을 푹 고아 만든 녹진한 육수에 밥 한 그릇 말고, 땅속에 숙성시켜두었던 2년산 묵은지를 곁들이면 그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다.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니 산에 오르면서 웅크렸던 몸이 노곤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심마니가 채집한 별의별 약초

    심마니를 설명하는 데 약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바우농장 한쪽에는 냉장 저장고와 약초를 보관하는 공간을 마련해두고 그간 채집한 약초들과 함께 오미자, 머루, 당귀 등을 청으로 만들어 발효시키고 있었다. 다양한 약초와 산나물 효소들은 1년 이상 숙성시킨 후 판매하는데, 미지근한 물이나 탄산수에 휘휘 저어 음료로 마시면 좋다. 보통 오미자나 심장을 강하게 만들고 변역력을 높여 강장제로 많이 쓴다. 머루는 포도보다 10배 이상 높은 인, 철분, 칼슘, 칼륨 함유율을 자랑하며 그중에서도 뿌리는 폴리페놀을 함유해 염증 치료제로도 쓰인다. 당귀는 뿌리는 약초로 쓰고 잎은 나물로 먹는다. 당귀 잎은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해 고기와 함께 먹으면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재미있던 것은 돌배와 만삼. 본래 야생 돌배는 생으로 먹으면 떫고 신맛이 나지만 술로 담그면 독한 알코올 맛을 순화시키면서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더해준다고 한다. 만삼은 인삼에 준할 만큼 영양분이 높으면서 산삼보다 발견하기 쉬운 약재라 만삼이라 부른데, 질기지 않아 그냥 아삭아삭 베어 먹어도 맛있다.

     

     

    # 산양삼은 인삼의 씨를 산에 뿌려 야생에서 재배한 것을 말한다. 장뇌삼에서 산양삼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특별관리 임산물 제도를 통해 지금은 생산에서 유통까지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받은 산양삼을 구입할 수 있다.

     

    # 가을부터 봄까지 채집할 수 있는 겨우살이. 우리나라에는 약효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약용으로 많이 쓰는 고급 약초다.

     

    # 겨울에도 푸른 잎을 내미는 겨울 식물 속새. 마디초라고도 부르는 속새는 줄기 속이 대부분 수분으로 가득 차 마디를 따서 꾹 밀어 올리면 물이 올라온다. 이는 이뇨 작용을 해 신장성 질환에 좋다.

     

    # 산더덕은 산삼에 버금가는 약효가 있어 인삼, 단삼, 현삼, 고삼과 함께 5삼이라 불린단다. 열이 없는 성질이라 인삼이 맞지 않는 사람도 편하게 먹을 수 있어 한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 오미자청, 머루청, 당귀 효소로 마든 효소차. 발효시킨 청을 이용할 때는 미지근한 물을 부어야 효소 속에 들어 있는 미생물이 죽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한다.

     

     

     

     

     

     

     

     

     

     

     

     

     

     

     

     

     

     

     

    # 문의) www.baufarm.co.kr

     

     

     

    출처 : 레몬트리 2012년 1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 장진영(sb1)

    헤어&메이크업 - 티아라by박은경(02-517-5575)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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