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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블랙푸드 여행"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3. 16:52

    제주 블랙푸드 여행

     

    짙푸른 바다와 현무암 돌담, 검은 모래 해변,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까지.

    제주를 이야기할 때 연상되는 컬러는 단연 블랙이다. 그래서인지 제주에는 유독 검은색을 가진 식재료가 많다. 유기물이 풍부한 제주와 검은 토양에서 자란 맛있고 건강한 블랙푸드를 맛보러 떠난 여행기.

     

     

     

     

     

     

     

    *제주명물, 흑돼지가 자라는 태흥농장

    제주 하면 으레 떠오르는 흑돼지는 실제 제주에서만 자라는 토종 돼지다. 전국에 분포하는 토종 돼지는 고구려 시대에 중국 북부에서 사육되던 돼지들 중 몸집이 작은 재래종에서 유래한 것인데, 흑돼지는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에까지 전해져 토착종으로 자란 것이라 한다. 취재팀이 찾은 태흥농장은 3대째 흑돼지와 말을 기르는 곳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흑돼지 브랜드인 흑다돈을 생산하는 농장이다. 농장을 찾기 전 안은금주 씨는 "농장 주인은 예쁜 돼지를 닮았고, 안주인은 잘생긴 말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엔 그저 우스갯 소리처럼 들었지만, 실제 농장을 찾으니 딱 모습이 연상되는 농장주 부부가 앉아 있었다. 본래 좋아하면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분명 농장주 부부는 엄청난 사랑으로 흑돼지와 말을 기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삼다수와 감귤 먹고 자라는 흑돼지

    흑돼지고기는 차진 육질과 쫀득하게 씹히는 껍질까지, 그 맛이 일반 돼지고기 구이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진한 맛을 낸다. 지방이 고루 퍼져 마블링 상태가 좋기 때문에 훨씬 고소한데, 여기에 '멜젖'이라 부르는 멸치젓을 곁들이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깜빡 넘어갈 맛이 난다. 맛도 맛이지만, 멸치젓에는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어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소화에도 좋다고. 게다가 이곳 흑돼지는 특별한 사료를 먹어 맛이 남달랐다. 면역력을 높이는 숯가루와 천연 광물질, 마늘 가루 등이 배합된 사료를 먹고, 간식으로 먹는 것이 다름 아닌 제주 감귤이다. 제주 일대에는 상품성이 떨어져 팔지 못하는 귤이 잔뜩 있는데, 그런 귤들을 농장으로 보내와 돼지들에게 간식으로 준다는 거다. 여기에 제주의 맑은 물을 마시며 자라니 돼지고기의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영양가 높은 신품종, 자색무

    말간 보라색 물이 곱게 든 자색무는 제주에서 재배에 성공한 새로운 품종이다. '보르도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무는 본래 스위스에서 연구 개발한 것으로 강원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심었지만 매운맛이 강해 재배에 실패하고,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제맛을 내는데 성공했다. 보르도무 하나에는 70mg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있는데, 이는 포도주 한병에 들어 있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본래 제주는 월동 무의 60~70%를 재배할 만큼 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특히 검고 가벼운 흙(화산회토)으로 이루어진 동쪽 지역 땅에서는 감귤 같은 과수 농사보다 뿌리채소 재배가 활발히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는 한라산이 화산 활동을 할 때 서북풍이 부는 날이 많아 화산재가 동쪽에 잔뜩 쌓였기 때문. 화산토는 배수가 좋고, 수분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 무를 기를 때 따로 물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게 농부의 설명이다. 가을에 충분히 내린 비로 겨울을 나는 것. 겨울을 나면서는 얼지 않으려 땅속 무기물을 잔뜩 빨아들이고 당을 축적하기 때문에 무맛이 달다.

     

    달고 고운 보르도무를 맛보다

    보르도무는 영양가가 높고 보기에도 예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다는 게 큰 장점이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씹을 때마다 베어나오는 단맛이 웬만한 과일 못지 않다. 당도계로 측정했을 때 보통의 하얀 무가 6~8브릭스의 당도를 낸다면, 자색무는 복숭아, 사과와 맞먹는 11브릭스 정도(브릭스는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일반적으로 복숭아가 8~10브리스, 사과가 10~14브릭스다). 약성이 높은 채소는 단맛이 조금 떨어지는데, 자색무는 오히려 당도가 높다니 신기한 일이다. 맛이 좋은 덕에 보르도무는 샐러드나 생식용으로다 많이 먹고, 생즙을 면포에 밭쳐 즙을 낸 다음 꿀을 넣어 마시면 겨울 감기에도 좋단다. 레몬즙을 더하면 차로도 즐기기 좋고, 동치미를 담그면 색소를 풀어놓은 것처럼 진한 자주색 물이 배어 나와 예쁘다. 실제로 자색무 동치미를 내놓았을 때 색소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제주의 보르도무를 맛본 한 수출업자가 그 맛에 반해 지금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하와이 등지에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하루 코스로 제격, 거문오름 블랙푸드 마을

    최근 제주 거문오름 근처에 조성된 블랙푸드촌은 제주 블랙푸드 여행에 정점을 찍는 곳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와 구좌읍 덕천리에 걸쳐 조성된 거문오름은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관광 명소다. 거문오름은 '검은 오름'을 현지어로 이야기하다 변해 생긴 말로 돌과 흙이 유난히 검은색을 띠고 숲이 울창한 까닭에 음산한 기운을 내는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공기 맑은 제주 안에서도 더 신선한 공기를 발산한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거문오름에 들어가려면 오전에 들러야 하는데, 1~2시간 코스의 산책로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속이 출출해진다. 그때쯤 블랙푸드 마을에 들르면 좋다. 마을에 위치한 식당 9곳에서는 제주 보말과 흑돼지, 오골계, 오디, 흑미 검은콩 등 검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있어, 입맛에 따라 맛 좋은 블랙푸드를 맛볼 수 있다. 배가 고프다면 바로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가면 되고, 아직 괜찮다면 동네를 둘레둘레 돌아봐도 좋다.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집집마다 아기자기한 특색이 있고, 제주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 슬슬 걷기에도 그만이다.

     

     

    # 제주에서만 자라는 토종 흑돼지는 외래종인 백돼지보다 작고 성장 속도가 느려 키우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백돼지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높고 콜레스테롤이 낮다.

     

    # 보르도무가 자라는 제주의 자색무밭, 약 200만m²(60만 평)의 무밭 중 약 33만m²(10만 평)에 자색무를 심어 기르고 있다.

     

    # 거문오름 꿈의 숲(064-782-9181)에서 흑미 떡볶이, 흑미 떡잡채, 흑미 된장비빔밥 등 제주 흑미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제주에서 보말을 넣어 만든 오름나그네(064-784-2277)의 보말죽. 보말은 제주 해안 바위에 붙어 사는 고둥의 일종으로 전복처럼 해조류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영양가가 높다.

     

    # 손맛이 일품인 주인 할머니가 직접 만든 방주할머니식당(064-782-1253)의 흑두부 보쌈. 청정 제주 바닷물을 간수로 써 만든 흑두부는 고소한 맛이 살아 있는,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별미다.

     

     

     

    출처 : 레몬트리 2012년 2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 장진영(sb1)

    촬영협조 - 돈마유통 태흥농장(064-744-7030), 보르도무(070-8701-8351 / www.chungrokfarm.com)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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