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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무지게 자란 담양 竹의 맛"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4. 11:19

    야무지게 자란 담양 竹의 맛

     

    죽순이 제철이라는 이야기에 찾은 대나무의 고장 담양. 3만여 평 너른 대밭에 하늘 높이 뻗어 있는 대나무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제철 맞은 죽순, 그리고 죽순의 영양이 그대로 담긴 죽염과 장, 요리까지 맛보고 돌아온 여행.

     

     

     

     

     

      

     

    대쪽같이 자란 대나무 구경

    하늘로 시원스레 뻗은 대나무가 자라고 있는 전남 담양군의 대밭. 약 20m 길이로 자란 대나무들을 보면서 이만큼 자라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했는데, 놀랍게도 대나무는 태어나서 40일 만에 두께며 길이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토록 높다란 대나무들이 모두 40일 만에 자란 것이란 이야기. 땅의 양분을 쭉쭉 먹고 한 달 반가량 힘차게 자란 대나무는 이후엔 더 자라거나 두꺼워지는 일 없이 섬유조직을 단단하게 채우고 속이 여무는 일에만 힘을 쏟는다. 한 번 결정된 대로 곧게 자라고, 자라는 중간에 잘리면 그 자리에서 자라기를 멈춘다고 하니, 그야말로 성질 한번 대쪽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쑥숙 자라는 만큼 땅에 있는 수분이며 영양분을 엄청나게 흡수하기 때문에 대밭은 늘 깨끗하고 영양이 풍부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오로지 토양의 것을 그대로 빨아들이니 특히 대밭에서는 쓰레기를 버리거나 함부로 땅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밭 주인의 설명이다.

     

    봄부터 초여름까지가 죽순 수확의 적기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 마디에서 돋아나는 어린순으로, 20~30cm 자랐을 때가 가장 맛있는 때다. 한 밭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모두 한가족처럼 30~40cm 땅 아래에 뿌리가 연결되어 있다. 보통 10~15년 살다 생명을 다하면 그 옆에서 다시 죽순이 자라나는 식인데, 그래서 죽순이 난다고 아무것이나 마구 캐는 것은 아니다. 대개는 대나무와 대나무 사이에 너무 촘촘하게 고개를 내밀어 서로의 생장에 방해가 되는 것을 수확한다. 지금은 한창 죽순을 수확하는 시기로, 이즈음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하는 분죽이 자란다. 세계적으로 자라는 죽순의 종류는 1천5백여종에 이르며, 우리나라에는 그중 3종류의 죽순이 재배된다. 가장 먼저 나오는 맹종죽은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까지 자라고 이후에는 분죽이, 그리고 5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왕죽이 난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가 분죽이 나는 시기인데, 솜죽이라고도 부르는 분죽은 담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종이기도 하다. 죽순은 품종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 맹종죽은 무처럼 아삭아삭하고 분죽은 배추처럼 부드러운 맛이 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맛이 자라는 것은 맹종죽으로, 마트에서 흔히 통조림 형태로 파는 것들이 대부분 이 맹종죽으로 만든 것이다. 왕죽은 분죽과 생김새도 맛도 비슷해 주로 죽순 요리로 즐긴다.

     

    부드럽고 고소한 제철 죽순을 맛보다

    죽순의 90%는 수분이고, 3%는 몸에 좋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섬유질 또한 다량으로 들어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죽순만 한 게 없다. 죽순은 껍질을 벗기고 나면 1/3가량밖에 남지 않는데, 껍질이 무척 단단해 요리를 할 때는 껍질을 벗겨 삶는 게 아니라, 삶은 다음 껍질을 벗겨야 한다. 삶은 죽순을 먹어보았더니 아삭한 식감에 옥수수처럼 고소한 맛. 심심하고 담백한 맛이 좋아 양념 없이도 계속해서 넘어간다. 죽순은 땅의 양분을 고스란히 먹고 자라는 만큼 영양가 높은 황토에서 자란 죽순의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우리 땅에서 나는 죽순을 먹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떤 땅에서 자라는지가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왕이면 수입품보다 건강한 우리 땅의 영양을 머금고 있는 죽순을 먹는 게 좋다.

     

    죽염으로 간장, 된장 담그는 '장의 달인'

    담양에는 고장의 명물인 대나무로 죽염을 만들고, 장을 담그는 이가 있다. 식품 명장인 기순도 씨는 자그마치 3백60년, 10대째 이어 내려오는 종갓집의 장맛을 계승하고 있다. 요즘은 죽염을 만들 때 열손실이 많은 쇠가마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화력을 일정하게 하려고 가스로 불을 때는 곳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무쇠 가마에 소나무 장작을 때는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죽염은 마른 대가 아닌, 생대나무에 넣어 굽는 것이기 때문에 구워지는 동안 대나무에 들어 있는 액이 고스란히 소금에 스며든다. 여기에는 유황 성분도 들어 있기 때문에 죽염은 일반 소금과 달리 달걀노른자 같은 맛이 난다. 이렇게 전통 방식대로 만든 죽염은 단순한 양념이 아닌 약이 되는 소금이다. 기순도 씨는 담양의 왕대나무에 천일염을 넣고 구워 만든 죽염과 지하 150m에서 끌어 올린 암반수로 장을 담근다. 간장은 발효 정도에 따라 가장 맑은 청장부터 진하게 숙성된 진장까지 종류가 셋으로, 이 세 가지 간장만 있으면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가장 맑은 청장은 맑은 국물 요리나 도라지 같은 하얀 나물을 무칠 때 쓰는데, 소금을 쓸 때보다 한결 깊은 감칠맛을 낸다. 중간장은 간장을 한 번 달인 다음 숙성시킨 것으로 일반 간장처럼 쓰면 된다. 진장은 김치를 담그거나 고기를 양념할 때 쓰는데, 5년 이상 숙성시켰음에도 짜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한날한시에 담근 장이라도 어떤 항아리에 담겼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같은 항아리 안에서도 윗부분인지 아랫부분인지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고 한다. 기순도 전통장은 현재 딸인 고민견 씨가 어머니와 함께 손맛을 이어가고 있고, 막내아들 또한 어머니 뜻에 따라 장과 관련된 공부를 하여, 이 전통 장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머니의 손맛'은 매번 같은 맛을 내가 어려워 계승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듯 자녀들이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 명품 장을 계속 맛볼 수 있겠구나 싶어 괜히 뿌듯하다.

     

     

    # 대나무는 한 시간에 2~3cm 꼴로 자란다. 대밭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대나무가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고들 하는데, 이는 괜한 말이 아니다.

     

    # 10~20m 까지 자란 대나무는 이후 10여 년을 사는데, 보통 15년 이후에도 도태되고 다시 죽순으로 태어난다.

     

    # 죽순은 껍질을 벗기고 나면 1/3가량만 남는다. 30cm 죽순을 삶아 껍질을 벗기면 먹을 수 있는 알맹이는 10cm 정도다. 죽순은 수확한 다음 바로 삶아야 맛이 좋은데, 수입 죽순은 가공식품이라 구연산 등이 첨가되어 있어 맛과 질이 국내산에 비해 떨어진다. 또, 너무 하얀 것은 표백제를 넣은 것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죽염으로 맛을 낸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장아찌를 만든다. 햇된장은 쌈장처럼 풋고추를 찍어 먹거나 쌈을 싸 먹을 때 따로 양념하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좋을 만큼 감칠맛이 난다. 찌개를 끓일 때는 깊은 맛이 나는 묵은 된장을 쓴다. 농도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뉘는 간장, 진장은 5년 이상 발효 과정을 거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짜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 10대째 장을 담그고 있는 기순도 씨, 기순도 전통장은 홈페이지(www.ksdo.co.kr) 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출처 : 레몬트리 2012년 6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 이과용(RAUM Studio)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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