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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 MAGAZINE 2015 01. "푸디스트들의 낙원, 이탈리아 피에몬테를 가다"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Media/신문,잡지 2016. 4. 21. 17:48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푸디스트들의 낙원, 이탈리라 피에몬테를 가다

    한국의 테루아를 탐험하는 황홀한 미각 여행을 함께해온, 푸드 큐레이터 안은금주가 이탈리아 피에몬테에 다녀왔다.

    세계의 미식가들이 손꼽는 식재료의 낙원에서 다시 한 번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들을 발견한 시간이다.

    문화의 양식으로부터 일상의 테이블까지 '자연스럽게' 소통되는 뿌리 깊은 식문화의 원천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새해를 연다.

     

     

     

     

    12시간 거리의 이탈리아는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지만, 현대를 사는 한국인에게 심리적으로 멀지 않은 나라다. 이미 이탈리아의 문화 유산과 식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한국에서, 오늘날 젊은이들은 하루 한 끼의 한식 밥상보다 파스타와 피자를 즐겨 찾게 됐다. 식재료 전문가로서, 이탈리아에서 그들이 식재료와 식문화를 통해 어떤 뿌리깊은 유산을 전파하고 있는지, 그 원동력을 발견하고자 떠났다. 10월 마지막 주에 이탈리아 북부의 토리노를 찾았다.

     

    이탈리아를 통일한 사보이 왕가의 정치적 중심지이지 '이탈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토리노. 특히 피에몬테 주는, 오늘날 전 세계 푸디스트들에게는 농업과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미식의 도시로서 특별하다. 슬로푸드 운동을 앞장선 카를로 페트리니의 고향이자 슬로푸드협회 본부와 미식학 대학이 위치하고 있고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으로 잘 알려진 '이틀리(Eatly)'의 본점이 있는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과 치즈, 초리소와 같은 육류 가공품은 전 세계의 프리미엄 식료품 마켓에서 소개되고 있다.

     

    2년에 한 번 슬로푸드협회에서 개최하는 샬론델 구스토 & 테라마드레드 행사에서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온 내로라하는 올리브 오일, 와인, 치즈, 식초, 꿀 등 온갖 식재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대를 이어 전통 음식 가공품 등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현장으로서, 진짜 미식가라면 놓치지 않는 명소 중 하나이다. 2년마다 이곳을 방문하는 나는, 이번에는 좀 더 깊은 미식세계의 현장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지역이, 세계 3대 진미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트러플(Truffle)의 주산지인 랑게(Piemonte Langhe)이다. 매년 10월이면 트러플 축제로 온 마을이 트러플 향으로 넘쳐나는 곳이다.

     

    피에몬테 랑게 지방의 흰색 트러플(Tuber Magnatum)은 가장 맛이 좋기로 유명한 '특급'으로 손꼽힌다. 떡갈나무나 헤이즐럿 나무 아래 땅 밑 30cm 속에서만 자라는데 채취할 정도의 크기가 되려면 5~7년 정도가 걸린다. 보통, 트러플 채취를 위해 특별히 훈련된 개나 돼지의 도움을 받는데, 랑게 지역의 트러플 헌터들은 개를 선호한다. 트러플을 좋아하는 돼지는 채취보다 먹는 쪽에 관심이 크기에 수확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트러플 채취 훈련을 받기 전과 후에 따라 몸값이 수천 배에 달할 정도로 차이 나는 개들은 그 인기와 가치가 대단하다고.

     

    랑게 언덕의 떡갈나무 숲에 다다르자 개가 쏜살같이 숲으로 돌진했다. 어느새 쿵쿵거리며 앞다리로 땅을 파며 주인에게 트러플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낙엽과 흙을 파내자 미색의 눈 뭉치 같은 덩어리가 보였다. 그리고 아찔할 정도의 트러플향이 진동했다. 순간, 한국에서 심마니를 쫒아 송이버섯 채취에 나섰던 기억이 오버랩됐다. 숲의 바람, 물, 땅, 주변의 식물 등의 모든 향을 진하게 응축한 향과 맛이 트러플에 그대로 배어 있듯, 한국의 송이버섯은 진한 소나무 향과 짙은 흙 냄새 등이 나는 바로 그 지역의 테루아를 닮은 맛이었다.

     

    제철에 갓 수확한 트러플을 제대로 맛볼 시간이다. 지역에서 추천한 '렐라이스 빌라 드 아멜리아(Relais Villa D' Amelia)'로 향했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을 한껏 둘러 빠르게 조리한 생면 파스타 위의 수북한 트러플을 보며 환호했다. 얇게 슬라이스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유의 향을 해치지 않기 위해 오래 가열하거나 조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인 트러플을 그대로 갈아서 먹음직스럽게 고명으로 올려준 생면 파스타를 먹으며 느꼈다. 한국 송이버섯이 강렬한 남성적 느낌의 향취라면, 트러플은 고혹적인 흙 내음과 향긋한 떡갈나무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우아한 여성의 느낌이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인 로시니가 한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나는 태어나서 세 번 울었다. 한 번은 첫 번째 오페라에서 실패했을 때고 한번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고, 그리고 또 한 번은 보트 위에서 소풍을 즐길 때 트러플이 들어간 칠면조를 보트 밖으로 떨어뜨렸을 때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오텔로 같은 명작을 만든 로시니에게 영감의 원천은 트러플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광활한 땅과 알프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풍부한 물과 일조량, 일교차, 지중해를 끼고 있는 식재료의 천국 이탈리아. 자고로 배고픔이 해결되고 나라가 안정돼야 문화 예술도 활발하게 꽃 피는 법.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적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세계적인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푸치니와 베르디의 음악적 영감도 바로 이탈리아가 가진 천혜의 자연, 풍부한 식재료, 다양한 미식의 경험,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문화 예술을 꽃피우던 영감의 원천이 됐으리라.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식문화'에서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4대 명품 와인 중 하나이자, '와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만나기 위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피에몬테 바르바레스코 지역은 동북쪽으로 이웃하고 바롤로(Barolo)와 네비올로(Nebbiolo)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바르바레스코 와인과 비슷한 듯 다른 맛을 지니고 있는 바롤로 와인을, 이탈리아 사람들은 '와인의 왕'이라고 표현한다.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특징은 묵직한 보디감은 덜하지만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테루아적으로 보면 더 따뜻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포도가 일찍 익기 때문에 덜 숙성된 신선한 맛이 느껴지고 탄닌이 적어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봉긋한 여성의 가슴 같은 언덕을 굽이굽이 넘어 와인밭을 지나, 광활한 언덕 위로 헤이즐럿 나무들이 펼쳐진 풍광 속을 한참 달렸다. 그곳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카레이서 출신의 다리오와 그의 아내 티타가 귀촌해 제2인의 인생의 사는 라 펠리치나(La Felicina)가 있었다. 30만 평의 헤이즐럿 밭을 경작하며 10여 마리의 말과 애견과 함께 오래된 농장을 고급스럽게 리모델링한 집에서 사는 부부는 토리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7년 전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지인들의 소개로만 숙소를 제공하는 농촌형 부티크 호텔이기도 하다. 철저히 사전 예약제로 손님을 맞는 공간에서는 평생 모았을 고급 빈티지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객실에 품격을 더하는 멋스러운 인테리어에서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고스런히 느껴진다. 객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정성 가득한 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음식에 감동했다. 로컬 푸드로만 만들어진 식사는 농부의 인심처럼 푸지고, 평화로운 환경처럼 멋지고, 건강한 시간을 누리는 부부처럼 안온했다. 보여지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좋은 것은 누구나 저절로 알아채는 법이다. 그럴 때는 여러 말이 따로 필요치 한다.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야말로, 매우 훌륭하다.

     

     

    # 트러플은 한국의 송이버섯과 비교될 정도로 그 맛과 진귀함이 뛰어나다. 프랑스의 3대 진미를 꼽을 때도 푸아그라나 달팽이 요리에 앞설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트러플은 얇게 슬라이스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유의 향을 해지지 않기 위해 오래 가열하거나 조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인공 재배가 전혀 되지 않고 땅속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채취하기가 어려워 유럽에서는 '땅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트러플 채취 시범을 직접 보인 트러플 헌터 협회의 피에르카를로(Piercarlo)협회장. 트러플 채취 체험 문의는 트러플헌터협회(Piercarlovacchina@libero.it)로 하면 된다.

     

    # 2010년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셰프 다미아노 니그로가 질 좋은 로컬푸드를 사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렐라이스 빌라 드 아멜리아'.

     

    # 바르바레스코 지역의 와인 농가에는 와인과 함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오크통 숙성 와인에서 최신의 스테인리스스틸 설비에서 숙성된 와인까지 이 고장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출처: J.J MAGAZINE 2015년 01월호

     

    TEXT&PHOTO - AN EUNGUEM JU (FOOD CURATOR & BIG FARM COMPANY CEO, KOREA CULINARY TOURISM ASSOCIATION VICE-CHARIMAN)

     

    Thanks to
    Corea-Italia associazione Arte e Cultura President. Michella KIM
    Associazione Trifulau Colline di Langa President. Piercarlo
    RELAIS VILLA D' AMELIA. Chef: Damiano Nigro
    LA FELICINA . Dario & Titta

     

     

    Big Farm 식생활 소통 콘텐츠 기획사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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