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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 MAGAZINE 2015 02. "국경 없는 미식 트렌드, FLOSS"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Media/신문,잡지 2016. 4. 20. 18:06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국경 없는 미식 트렌드, FLOSS

    전 세계의 食 트렌드를 이해하는 일로부터 우리 식문화가 걸어갈 길을 다시 생각해보는 2015년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문화의 양식으로부터 일상의 테이블까지, 한국의 테루아를 탐험하는 미각 여행을 함께해온 푸드 큐레이터 안은금주가 이번에는 마음에 품은 큰 뜻을 찾아서 영국, 프랑스, 미국으로 컬리너리 투어를 다녀왔다.

     

     

     

     

     

     

     

    세계는 지금 FLOSS적 요소가 충족되는 식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가장 신선한 상태로 수확 및 배송되고 섭취 가능하고(Fresh), 지역 농산물을 구입해 국산 농촌 자원을 보존하고(Local), 생태계 보존을 위해 친환경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하고(Organic),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도모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향하며(Stainable), 자연의 이치가 그대로 담긴 영양 가득한 제철 식품을 선택하는(Seasonal) 식문화다. 그 중심에 영국과, 프랑스, 미국이 있다.

     

    현재 파리에서는 뉴욕과 아시아를 연상시키는 오픈 주방에서 셰프가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키친 레스토랑이 유행이다. 단순히 고객의 허기를 때워주는 음식 만이 아니라 '오감'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방법으로 더 풍요로운 만족감을 제공하는 마케팅이다. 이처럼 실험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식문화에 융합해보는 파리의 미식 분야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말이 있다. "그냥 즐기면 된다." 애기인즉, 고심하지 말고 셰프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즐기라는 의미다. 더욱 질 좋은 재료로 다채로운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먹는 자여 그대는 맛만 음미하란다.

     

    이들의 食 트렌드는 친환경적이고 지역적이며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메시지'가 담긴 음식 속에서 소통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가 특히 눈에 띄었다. '건강한 음식은 곧 아시아의 음식'이라는 이미지, 간장 베이스 소스로 요리한 음식, 그리고 아시아인의 도구인 젓가락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이들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커피 보다 갓 짜낸 신선한 주스와 차를 즐기는 디저트 문화도 그렇다. 그렇다면 주당 쌀밥 섭취 횟수는 9.7회에 불과한 반면 커피는 12회로, 밥보다 커피로 먹고 사는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식생활과 미래의 주식은 어떤 형태로 되어야 할까? 큰 흐름을 파악하면 답이 보인다.

     

    밀레니얼, 새로운 식문화 인류의 출현

     

    글로벌 리서치 기업 이노바 마켓 인사이트(Innova Market Insights)가 발표한 '2015 식품 트렌드 이슈 10' 리포트에는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먼저, 식품에 대한 가치관이 기존 세대와 현저히 다른 15~35세의 밀레니얼 세대(Reaching Millennials)가 지향하는 식문화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를 추구하지 않고, 건강과 동시에 간편함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냉동식품을 기피하는 경향이었으나 근래 들수록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 양도 줄이면서 간편함도 갖춘 냉동된 야채 같은 상품이 주목받고 있는 점만 봐도 전 세대와 다르다. TV 쿠킹쇼에 열광하며 집에서 요리하는 것에 관심을 갖지만 한편으로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손질된 식재료' 제품을 원한다.

     

    또한 음식 그 자체보다 음식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한다. 식사 패턴 역시 전통적으로 정해진 '하루 세 번'과는 어긋난다. 갈수록 아침, 점심, 저녁에 대한 시간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는 현대에서 '끼니' 사이사이 '간식'으로 대체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 자체로 섭취했던 과일 역시 요즘은 스낵과 같이 다른 형태로 섭취하는 현상도 크다. 같은 음식이어도 어떤 텍스처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최근 추세는 특히 풍부하고 바삭한 느낌의 텍스처를 가진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지만, '맛없고' '재미없고' '불편한' 방식을 지양하는 밀레니얼은 '광고'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에 대한 믿음'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한국'이라고 다를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것을 먹고 싶게 만드는 방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이 무언가 연구하는 마음으로 세계의 컬리너리 트렌드를 심도 있게 관찰했다. 세계 미식의 '현장'으로 떠난 이유다.

     

    미식은 '이야기'로 완성된는 탐험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이지만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유독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비견되며 '맛없다'는 혹평을 들어온 영국. 2000년부터 저탄소 운동을 펼치며 친환경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하는 영국인들은, 친환경 농업과 로컬 푸드, 도시 농업에 대한 갈망이 크다. 그 가운데 '영국 시민의 농장'이라 일컬어지는 '알롯먼트'를 주축으로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 농업이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는 속에서, 영국의 외식업 트렌드도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레스토랑 '스토리'다. 2013년 4월 오픈해 5개월 만에 미슐랭 가이드 별을 받으며 혜성같이 떠오른 곳이다. "If You're Longing for a Visit to Fat Duck but Don't Want to Make the Trek, Story is the Nest Best Thing." 오너 셰프 톰의 당찬 메시지에서부터 '맛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다. 스토리의 특징은, 드라마의 전개처럼 희로애락이 있는 라르고에서 안단테, 프레스토로 이어지는 메뉴 구성이다. 무엇보다 오감을 충족하는 맛의 구성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에서만 가능한 미식의 향연을 완성하는 화룡정점이 되는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요리에 녹여내는 놀라운 능력이다. 영국 내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와인 역시 지역의 것을 제공하는 이곳에서 10가지 풀 코스를 모두 맛보았다. 온전히 먹는 데 할애한 시간은 무려 5시간이다.

     

    어떻게 하루 종일 먹을 수 있을까? 먹다 지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날려버린 유쾌한 식사였다. 찾아간 시기는 때마침 영국의 사냥철이었는데, 이 시기에 영국인들은 야생 육류로 맛을 낸 요리를 즐긴다. 스토리에서 맛본 'Tale of a Quail' 메뉴도 그런 것으로, 주물 냄비 뚜껑을 여니 눈을 감고 있는 야생 메추라기 두 마리가 나타났다.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깜짝 놀란 마음을 눈치 챘는지, 셰프 톰은 자신들의 시그니처 요소인 어떤 '이야기'를 담은 메뉴 설명을 곁들인다. 그가 유년 시절 처음 사냥한 것이 메추라기인데, 그 추억을 음식으로 재해석해본 플레이팅라고 말이다. 이처럼 메뉴마다 놀랄 만큼 인상적인 요소를 더해낸다. 예를 들어 영국 소설에서 봄직한 우윳빛 초 형태로 만든 비프 오일도 그렇다. 빵을 찍어 먹는 고소한 비프 오일은 소 기름으로 만든 초에 불을 붙여 녹여 먹는 재미가 크다.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인 영국. 스토리를 담은 음식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마법을 일으키는 힘은 그들이 가진 풍부한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익숙지 않은 맛, 낯선 음식 문화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어필해내는 대단한 힘을 느낀, 영국 사람에 의한, 영국의 로컬 푸드로, 영국스러운 음식을 제대로 맛본 날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개인의 이야기와 담아 차려낼 때 음식은 가장 강력한 메시지 전달이며 감각으로 익히는 전통의 계승이다. 만약 당신이 한국에서 스토리와 같은 음식을 찾고자 한다면 주저 없이 농가 맛집을 추천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촌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이용해 농부가 직접 요리를 만들고 제공하는 농가 맛집을 장려했다. 농가 맛집을 통해 지역의 식재료를 맛보고 농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건강한 인스턴트 시장이 열린다.

     

    런던 중심가에서 스타벅스 다음으로 많은 매장 수를 자랑하는 이츠(ITSU). 테이크아웃 전문점인 이츠는 초밥류, 샐러드, 샌드위치 랩, 월남쌈 등 각종 채소류 위주의 음식으로 칼로리와 지방 함량을 낮춘 건강한 아시아 음식을 판매한다. 영양학적으로 충분한 한 끼의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이곳에서 '한국산 김'이 눈에 띄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저칼로리 해조칩(Seaweed Chips)으로 소개하고 있는 한국산 김의 패키지에는 비치 발리볼을 하고 있는 멋진 비키니 차림의 여성 모델이 있었다. 아주 신선한 발상이다. 이처럼 이츠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저렴한 한 끼의 패스트푸드지만, 먹으면 아름답고 건강해진다는 느낌을 단번에 준다. '인스턴트' 식품 형태로 포장해 판매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매력적인 '건강 식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2년에 한 번씩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시알(Sial)에서도 경험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으로 지정된 프랑스 미식의 놀라운 한축을 목격하게 된 자리인 시알은 전 세계의 식품 유통 MD들이 참가하는 식품박람회다. 전 세계 미식가들이 식재료의 기원과 장인들의 손맛을 찾아 이탈리아 슬로푸드 협회가 주최하는 샬론델 구스토를 찾는다면, 세계 각국의 팜투테이블에 이르는 모든 식품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는 시알이다. 1964년 파리에서 시작되어 50주년을 맞은 2014년 박람회는 가히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105개국의 기업과 브랜드가 참가한 가운데 전 세계 230개국에서 방문한 이들로 성황을 이룬 박람회는 가히 '식품 올림픽'이라 불릴 만했는데, 반갑게도 한국의 강소 기업 OKF(주) 전시관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 세계 알로에 음료 75% 점유율을 자랑하며 160여 개국에 수출하는 한국 최고의 음료 수출회사로, 경북 안동에 음료 공장이 있는 OKF는 한국의 물 맛과 음료 기술로 세계 음료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또한 전남 순천의 함초와 같은 해조류로 담근 오일 절임과 식초 절임 가공품과 사해 머드가 유명한 곳에서 생산된 로컬 푸드는 눈썰미 좋은 외국 식품 MD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기농업 재배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는 '홀 푸드 마켓'은 더더욱 FLOSS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간재 형태의 유기 가공품이 더욱 간편한 형태로 소개되고 있었는데, 인스턴트 천국이라 불려온 미국 대중의 식문화 현장은 어떤 변화 속에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햄버거집인 '바치버거(Bachi Burger)'로 향했다. 불경기 속에서도 문전성시를 이뤄 "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버거집이 있다"는 현지 대학생의 추천으로 찾아간 곳이다.

     

    일본식 숯불 화로라는 뜻의 '히바치(Hibachi)'와 '받길 원하는 만큼 대접한다'는 뜻이 담긴 이름을 단 바치 버거는 아시안 퓨전 스타일의 버거를 팔며, 일반 햄버거집에서 제공하는 피클이 아닌 아시아 스타일의 초절임을 함께 내놓는다. 이곳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두부와 버섯으로 패티를 만든 채식 버거, <LA타임스> 등의 언론에서 최고 메뉴로 꼽은 타이식 양념을 가미한 반미(Banh-Mi)버거, 피시소스부터 샬롯, 고수, 타이바질 등 채소까지 태국 스타일로 만든 버거는 물론 갈비 소스로 마리네이드한 고기에 김치를 얹고 고추장 마요 소스를 곁들인 한국식 갈비 버거 등을 맛보았다. 갈비 양념한 패티를 직화로 익혀 불 맛 밴 김치 버거는 한국의 숯불 불고기 맛 그대로였다.

     

    영국, 프랑스, 미국의 식 트렌드를 경험하며 생각했든, 분명 한국은 식문화에 있어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진 곳이다. 그것을 세공하는 기술과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전략이 부족할 뿐이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농경 문화가 발달한 가운데 산촌, 강촌, 어촌, 섬을 모두 가진 나라, 1일 물류가 가능한 면적, 3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드라마틱한 4계절을 가진 곳, 세계 5대 연안 습지와 갯벌을 가진 곳, 왕의 수라상과 죽은 자를 위한 제사상 등 관혼상제 식문화를 가진 우리의 자랑스러운 식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서 전 세계 푸디스트들에게 전달하는 일, 어떻게 '이야기 할것인가', 이것이 숙제다.

     

     

    # 아시아 음식은 건강하다고 여기는 영국인의 생각을 반영한 테이크아웃 전문점 이츠(ITSU)는 'Eat Beautiful, Eat Lighter, Eat Itsu'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운영하고 있다.

     

    # 국물을 알뜰히 우려낸 뼈도 그냥 버리지 않고 수프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사용하는 스토리의 모습을 보며 콩기름이 대중화되기 이전 동물성 기름으로 전을 붙이고 튀김 요리를 하며 불을 켜기도 했던 우리의 옛 식문화가 떠올랐다. 이런 것이 곧 미식의 즐거움이고 전통의 소통인 것을, 깔고 앉은 자리가 곧 보물섬인 것을, 그동안 우리의 것에 무관심했다는 반성이 일었다.

     

    # 세계 각국의 팜투테이블에 이르는 모든 식품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식품박람회에는 전 세계의 식품 유통 MD들이 참가하는 축제의 자리로,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식문화 트렌드와 식품 산업계의 이슈가 집약되는 장소이기도 한 프랑스 시알(Sial) 식품박람회.

     

     #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햄버거집인 '바치 버거'는 환경을 생각하는 태도로 지속 가능성과 환경을 생각하는 신념을 가지고 운영한다. 예를 들어, 사용한 기름을 재활용하고 남은 음식물은 지역 농장에서 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처리 방법을 실천하는 일 같은 것이다.

     

    # 지속 가능한 해양 자원을 이야기하는 수산 코너와 케이지 프리 달걀 코너, 말린 천연 칩과 견과류 등의 파워 스낵 코너를 갖춘 미국 라스베이거스 훌 푸드 마켓.

     

     

    출처: J.J. MAGAZINE 2015년 2월호


    TEXT & PHOTO - AN EUNGUEMJU(FOOD CURATOR & BIG FARM COMPANY CEO, KOREA CULINARY TOURISM ASSOCIATION VICE - CHAIRMAN )

     

     

     

    Big Farm 식생활 소통 콘텐츠 기획사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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