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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곶감계의 양대 산맥, 청도 반시vs상주 둥시"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10. 18:40

    곶감계의 양대 산맥, 청도 반시vs상주 둥시

     

    감은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나는 열매다. 더욱이 겨울철 달콤한 주전부리인 곶감은 제사 문화와 함께 발전한 우리나라 고유의 먹거리다. 우리나라의 대표 감 산지인 경상북도 청도와 상주를 찾아 각기 다른 감의 매력을 비교해보았다.

     

     

     

     

     

    품종 따라 달라지는 곶감의 일생

    딱딱한 것은 단감, 말랑한 것은 홍시, 말리면 곶감 정도의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었던 이라면 주목할 것. 우리나라에 있는 감은 청도 반시, 상주 둥시, 산청 고종시, 논산 월하시, 임실 먹시, 장성 비단시 등 그 종류만도 무려 2백여 종에 달한다. 또 딱딱한 감이라고 다 단감이 아니다. 감은 크게 단감과 떫은 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딱딱한 감 중에서도 사방의 귀퉁이가 올록볼록 나온 것은 단감이고, 보기에 반질반질 매끈한 것이 떫은 감이다. 떫은 감이 시간이 지나 말랑말랑해지면 홍시가 되고, 이를 딱딱할 때 수확해 깎아 말리면 곶감이 된다. 딱딱한 때의 떫은 감은 이름처럼 떫은맛이 나 가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단감이 사랑받는 가을 한 철. 떫은 감은 어두컴컴한 덕장에 걸려 때를 기다린다. 그렇게 설움당하며 맛을 꾹꾹 응축시킨 때문일까? 겨울 곶감으로 태어난 떫은 감은 단감의 서너 배에 달하는 단맛을 낸다. 숙성되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던 떫은 맛을 모두 날려버린 것은 물론이다.

     

    구박덩이 떫은 감, 곶감으로 태어나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선 감이 채 익기 전에 따두어야 한다. 완전히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면 섬유질이 줄어들고 수분이 많아져 건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확한 감은 꼭지를 제외한 나머지 껍질만 벗겨낸다. 지금은 감을 끼우면 드르륵 한 번에 껍질을 벗겨주는 기계가 있지만, 불과 6~7년 전만 해도 감을 깎느라 철이면 일대 할머니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그렇다고 곶감 만드는 작업이 쉬워진 것은 아닌다. 한 알 한 알 기계로 껍질을 벗긴 감은 타래에 손으로 일일이 끼워 45일의 건조 기간을 거친다. 조금만 습해도 썩어버리고, 추우면 딱딱하게 얼어 매일같이 온도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말리는 동안 햇빛을 보면 검게 변하기 때문에 곶감을 말리는 덕장 안은 검은 차양막을 드리워놓아햐 한다. 그렇게 돌보기를 수십 일, 한 달 반이 지나면 비로소 설탕처럼 하얀 가루 옷을 입은 쫀득한 곶감이 완성되는 것이다.

     

    씨 없는 감, 청도 반시

    경상북도 청도군이 주산지인 반시는 모양이 쟁반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도 반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씨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와 연관이 깊다. 감꽃이 피는 5월, 청도 지역에는 짙은 안개가 껴 수정을 도와줄 곤충들이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꽃을 맺는 감나무 없이 암꽃 혼자 열매를 맺는다고. 신기하게도 청도의 반시 나무를 다른 지역에 심으면 씨가 생긴다니, 이는 하늘에서 청도에 내린 특혜가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든 씨가 없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발라내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청도 반시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기가 편리하다. 청도의 감말랭이는 요즘 곶감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 씨 없는 감을 쭉 내어 기계에 말리는 것이니 곶감 보다야 만들기 쉽겠지 싶었는데 웬걸, 감말랭이 역시 감을 일일이 깎아 자른 다음 건조실에서 10시간 정도 저온 건조시키고 실온에서 숙성시키기를 하루에 한 번씩 반복해야 하는, 상당한 공력이 드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야 감말랭이가 되는데, 그냥 말리기만 하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말리고 식히고를 반복해야 한단다. 그래야 쫄깃한 식감의 말랭이가 된다니 맛은 아마도 수고로움에 비례하나 보다.

     

    Made by 청도, 다양한 감 가공품 구경

    청도에는 이 외에도 감으로 만든 가공품이 다양하다. 감을 바삭하게 말려 튀긴 감칩과 초콜릿은 물론, 감 껍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감 시럽인 '감당'을 만들었다. 감당은 여러 가지 시럽을 대체하기에도 좋아, 메이플을 시럽처럼 팬케이크나 크레이프 위에 뿌려 먹으면 된다. 감으로 만든 청도의 와인 또한 맛이 제법 괜찮은데, 그래서 지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는 만찬주로 사용되었고, 2008년 대통령 취임식에는 건배주로 쓰이기도 했다. 감 와인과 감칩, 감말랭이 등은 주문해 먹을 수도 있지만, 청도에 들르게 된다면 감 와인 터널에 가볼 것을 권한다. 와인 터널은 1백 년 전에 지은 자연석 터널로, 본래 열차가 다니던 곳을 카페로 꾸민 것이다. 와인이 발효, 숙성되기 좋은 13~15℃를 상시 유지하기 때문에 사계절 어느 때고 신선한 기온을 즐길 수 있고, 동굴 속에 들어온 듯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주황색 감빛으로 물든 경북 상주

    경상북도 상주는 곶감의 원조답게 어느 집에 가든 감나무 한 그루씩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냥 감나무가 아니라, 수령 1백 년은 훌쩍 넘은 것을 지천에서 만나게 된다. 특히 상주 연원마을은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곶감이 많이 나는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곶감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에게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말리는 일은 먹고 자는 일처럼 당연한 일상이다. 1백 년 넘게 자란 감나무에 열린 감은 장대로도 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장정들이 나무에 올라가 힘 있게 가지를 흔들어야 한다. 이렇게 한 번에 수확한 감은 껍질을 깎아 말리는데, 상주 곶감은 대개 자연 건조를 시키기 때문에 초겨울 동네를 다니다 보면 주렁주렁 감이 매달린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입 안에서 쫀득하게 녹는 상주 둥시

    반시가 뉘어놓은 달걀처럼 옆으로 둥글다면, 상주 둥시는 양파처럼 둥그스름한 모양이다. 둥시라는 이름 역시 둥근 감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청도는 겨우내 눈이 한 번도 올까 말까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지만, 상주는 눈도 많이 오고 추웠다 따뜻했다 날씨가 버라이어티하다. 이런 큰 일교차는 과육을 더욱 쫀쫀하게 만든다. 섬유질이 많고 수분이 적어 속살이 실한 상주 곶감은 입에 넣으면 꿀 한 숟가락을 문 것처럼 달고 맛있다.

     

     

    # 청도는 감과 관련된 볼거리, 먹거리를 다양하게 갖춰놓았다. 이미 유명세를 탄 감 와인 터널은 청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즐길 거리 중 하나다.

     

    # 올록볼록한 것이 단감, 매끈한 것이 떫은 감이다. 감은 타닌 성분이 함유되어 맛이 떫은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단맛으로 변하고 홍시가 된다.

     

    # 상주에 가면 감나무집 아들딸이 아닌 사람이 없을 만큼, 집집마다 감나무를 심어두고 있다. 섬유질이 많고 쫀쫀한 상주 곶감은 입 안에 넣었을 때 툭 터지는 과육의 맛이 매력이다.

     

    # 청도에 감 와인 터널이 있다면, 상주에는 7백 년이 넘은 감나무인 '한ㄹ 아래 첫 감나무'와 세계 유일의 곶감 테마공원 등의 볼거리가 있다.

     

    # 상주 곶감과 청도 감말랭이. 곶감은 감종류와 지역 여건에 따라 30~70일의 건조 시기를 거친다. 상주 둥시 곶감은 두 달가량 자연 건조하고, 반건시는 35~40일의 건조 기간을 거친다. 말랭이는 기계에 말리는 것을 병행해 일주일 정도 말려야 한다.

     

    # 문의 : 청도 한재 평양 농장(http://www.pyfarm.com) / 네이처팜(www.gamsarang.co.kr)

     

     

     

    출처 : 레몬트리 2013년 1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 신현국(CLIX Studio)

    촬영 협조 -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주)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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