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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년의 맛, 고대미"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10. 18:35

    천 년의 맛, 고대미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날 전남 장흥에 가면, 황금 들녘 대신 빨갛게 익은 벼가 너울대는 붉은 물결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보리처럼, 긴 수염에 알알이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고대미. 그런데 이 붉은 야생 쌀이 우리 토종 쌀이란 것과, 일본의 유명한 쌀 품종인 대마도 적미의 원조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져온 토종쌀

    전남 장흥에는 1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 토종쌀이 자란다. 먹는 것을 피부에 양보하라는 모 회사의 화장품 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알렸지만, 본래 고대미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기르던 우리나라 고유의 쌀이다. 광고에 등장한 것은 낱알이 붉은 적토미로, 이 외에 녹색을 띠는 쌀인 녹토미, 검은 빛깔의 흑토미 등 야생 벼의 특징을 가진 토종쌀을 통틀어 고대미라 부른다. 적토미에는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황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일반쌀보다 무려 2백 배나 많고, 녹토미에는 녹색 식물에 들어 있는 클로로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등 고대미에는 일반 쌀에 비해 영양가가 몇십곱절은 더 풍부하게 들어 있다. 이런 성분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한 가마에 2백만원을 호가하는 건강 쌀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간 고대미가 받았던 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1m를 훌쩍 넘는 키로 다른 벼보다 크기 때문에 그만큼 약한 바람에도 잘 넘어지고, 그래서 재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기다란 수염은 도정을 할 때 기계에 끼기 일쑤라, 한창 바쁜 수확기에는 정미소에서 탈곡도 퇴짜 맞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고대미가 자라는 전남 장흥

    고대미는 전남 장흥에서도 딱 세 농가에서만 재배를 하고 있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농사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처음 농사를 시작한 한창본 농부는 바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임인 '정농회'에서 사라진 우리 토종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 쌀이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넘어가 고시히카리, 대마도 적미 등 고소득을 올리는 수많은 쌀의 원조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일본 자연 농법 연구회인 애농회를 통해 역으로 우리 토종쌀인 적미 종자를 가져와 마을의 농가들과 함께 복원을 시작했다. "2001년 처음 2백 평 논에 친환경 농법으로 적토미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수십 년 동안 화학 비료를 쓰던 땅에 적토미를 심으니 벼가 성인 남자 키만큼 웃자라는 거에요. 길게 자라니 약한 바람에도 쉽게 쓰러져 버리고, 해충도 득달같이 달라붙었죠. 그런 데다 농약과 화학 비료를 치지 않으니 병해충으로부터 작물을 지켜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고생스럽게 농사를 지어도 수확량은 이전 농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니, 처음 마음을 함께하던 농가들 중에서도 친환경 농법을 포기하고 밤에 몰래 약을 치거나 슬쩍 원래 짓던 농사로 돌아서는 곳이 생겼다. 이런 농가들을 퇴출시켜가며 친환경 농법을 고수한 끝에 남은 게 지금 농사짓고 있는 세 농가다.

     

    바르게 알아야 할 우리 쌀, 고대미 공부

    적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쌀 속에 섞여 있는 빛깔이 붉은 나쁜 쌀'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적토미에 대한 지식이 없던 시절, 노란 벼 사이에 듬성듬성 솟은 적토미를 잡풀로 치부해 생긴 일이다. 이토록 우리가 우리 쌀에 대해 모르니, 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농사지은 쌀을 판매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일본과 중국에서는 몸에 좋은 적미를 황제에게 진상하는 데 썼고 지금도 고급 쌀로 대접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존재조차 모르는 이가 많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농부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던 고대미의 종류는 자그마치 2천7백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많은 종이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은 구백 가지 개량종으로 발전했고,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립종자원에서 4백여 종만 보관한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개량하는 종자 정도로만 쓰일 뿐 모두 재배되지는 않는다. 한창본 농부처럼 우리쌀에 관심을 갖고 기르는 사람이 많아져야 일본에서처럼 유명 쌀들이 나타날 터. 반갑게도 농부는 10월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유기농 대회에 우리나라 고대미를 들고 가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노력이 쌓여 머지않은 때 우리나라에서도 고시히카리를 넘어서는 명품 쌀이 생겨나길 바라본다.

     

    적토미 먹고 자라는 소와 장흥 삼합

    한창본 농부는 적토미와 남은 볏짚을 소 먹이로 주고, 소가 배설한 축분을 퇴비로 활용하는 자연순환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적토미를 먹인 한우인 적토우는 일반 소를 기를 때보다 비용이 2~3배 더 들기는 하지만, 일반 한우보다 훨씬 크고 건강하게 자라는 고급 소다. 적토미 외에 농부가 직접 기른 참다래를 디저트로 주고 있는데, 오후에는 클래식을 들으며 휴식도 취한다니 이런 호사를 누리는 소가 또 있을까. 고대미와 참다래를 먹고 자란 소는 특유의 누린내가 없이 고소하고 육질 또한 부드럽다고 한다. 지역 명물인 장흥 삼합은 보통 소고기에 키조개, 표고버섯을 곁들여 먹는 것인데 여기에 적미밥을 더해 장흥 사합으로 즐기면 술술 넘어가는 보약 밥상이 없다.

     

     

    # 적토미가 자라는 논은 봄에는 꽃처럼 빨갛게 색을 내고, 익을수록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을엔 검붉은 물결이 너울댄다.

     

    # 고대미는 야생 벼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병충해에 강하고 척박한 토지에서도 잘 자라지만, 긴 키 때문에 바람에 쓰러지기 십상이고 재배법이 확립되지 않아, 아직 수확량이 일반 벼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 도정한 백미보다 현미가 거친 것처럼 야생성을 그대로 지닌 고대미는 현미보다는 거친 맛이 난다. 그래서 그냥 먹기보다 일반 쌀과 3:7 비율로 섞었을 때 가장 맛이 좋다.

     

    # 청량미라고도 부르는 녹토미는 [동의보감]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곡식이라 말하고, [본초강목]에서는 다른 곡식에 비해 비장과 위를 아주 잘 보(補)한다고 적고 있다. 그만큼 영양이 풍부해 이를 추출해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 적토미에는 항산화, 향균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이, 녹토미에는 혈액정화 및 혈당조절 기능이 있는 클로로필 성분의 폴리페놀이 다량으로 들어 있다.

     

    # 적토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100g당 92.19mg으로, 이는 일반 벼의 2백 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 장흥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고대미와 적토미를 먹고 자란 적토우는 모두 장흥몰(www.okjmall.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

     

     

    출처 : 레몬트리 2012년 10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 이과용(RAUM Studio)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주)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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