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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花養運華, 연이 자라는 풍경"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10. 16:52

    花養華, 연이 자라는 풍경

     

    사람 키를 훌쩍 넘기고 자란 연잎은 바람이 불 때마다 물결처럼 일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 아래 진흙 속에서는 연근이 땅의 영양을 빨아들이며 야무지게 여물고 있다. 단아하게 핀 꽃과 열매까지, 풍성한 선물을 안겨주는 가을 연밭 풍경.

     

     

     

     

     

     

      

     

     

    경기도 이천시 일대는 7명의 생산자가 공동체를 이루어 연을 재배하는, 서울 근교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연 생산지다. 연못에 자라는 작은 크기의 연만 알던 기자는 솥뚜껑만한 연이 너울대는 연밭 풍경에 마음을 함빡 빼앗기고 말았다. 6만6115m²(2만 평)에 이르는 너른 밭에는 길이가 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연잎이 가득 차 있는데, 그 사이를 드나들자니 마치 어릴 적 보았던 만화 속에라도 들어온 기분이었다. 김동우 농부의 연꽃마을 농장은 일대 농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농약 대신 우렁이로 벌레를 잡고,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고 연을 기른다. 보통의 연밭에선 순이 30~50cm올라올 때쯤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을 관행처럼 여기지만 연은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잡초가 자라는 시기만 넘기면 스스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수고롭더라도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으면 친환경 농사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게 농부의 설명이다.

     

    씨앗부터 뿌리까지, 아낌없이 주는 연

    흔히 연근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연은 뿌리, 줄기, 꽃, 열매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작물이다. 각 부분마다 독특한 약성을 가지고 있어 먹거리로 또는 약용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가장 많이 먹는 연근에는 무기질과 비타민 C, 철분,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빈혈 예방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연꽃의 열매인 연밥은 주로 약용으로 쓰이는 데, 녹말이 많아 단맛이 나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좋다. 연잎은 모통 연잎밥을 만들 때 쓰는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태국,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는 어린 잎과 줄기를 고급 채소로 치고 연밥은 스튜 등에 넣어 먹기도 한다.

     

    연근 수확의 어려움

    연은 수생식물이나 연근을 뽑을 때는 그저 쑥 뽑아 올리면 될 것 같지만, 사실 질척거리는 진흙 속에서 연을 캐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섣불리 덤벼들었다는 연근이 부러져버리기 때문에 진흙 속의 땅속줄기를 상하지 않게 하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갈퀴가 긴 쇠고랑으로 진흙을 덜어내고 연의 줄기를 잡은 다음, 천천히 따라 내려가면서 뿌리를 찾고, 그렇게 찾은 연근 마디에 조심조심 손을 넣어 연근만 살살 걷어내 들어 올려야 한다. 신경 써서 조심스레 든다고 들어도 아차 하면 툭 부러져버리니, 그야말로 아기 다루듯 해야 하는 것. 이렇게 연근 수확에는 만만치 않은 공력이 들어가는데, 그래서 농장 주인은 고심 끝에 자비를 털어 연근 캐는 기계를 개발했다. 연밭의 물을 끌어다가 물총처럼 진흙을 쏘아 걷어내는 원리인데, 개발을 마치고 수일 내에 상용화될 계획이라고 한다.

     

    연근 친구, 우엉이 자라는 농장

    연근과 짝꿍처럼 붙어 다니는 가을 채소가 바로 우엉이다. 김동우 농부는 연근과 함께 가까운 곳에 우엉밭을 일구고 있다. 연근과 우엉, 마는 비슷한 생육조건을 지니는데, 농장이 자리하고 있는 남한강 지역은 '물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어야한다'는 연근, 우엉, 마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우엉밭 역시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치지 않고 친환경으로 작물을 재배하는데, 농약을 뿌리면 결국 몇 년 후엔 우엉 뿌리가 썩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농부의 이야기. 그래서 이곳 농장은 농약을 치는 대신 우엉밭 주변으로 옥수수, 단호박 등 단맛이 나는 유인 작물을 심었다. 해충이 유인 작물을 먹고 배가 불러 우엉밭까지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건강하게 재배한 덕에 농장의 우엉을 베어 물며 달고 촉촉한 수분과 함께 건강한 흙냄새가 가득 느껴진다.

     

    연근과 우엉 바로 알기

    연근이나 우엉을 볼 기회라고는 마트나 반찬 가게에서 손질된 것을 살 때가 고작이라 본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래서 우엉의 키가 무려 1m나 된다는 것과, 연근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계속해서 이어져 자란다는 것을 알면 대개는 깜짝 놀란다. 연근은 보통 세 마디가 자랐을 때 수확을 시작하는데, 이 세 마디를 각각 상대, 중대, 하대라고 부른다. 가장 짧고 뭉툭한 곳이 계속 자라는 생장점을 지닌 상대 부위로,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 생으로 먹거나 녹즙을 내 마시기 좋다. 중대는 채를 썰어 무침으로 먹으면 맛있고, 전분과 섬유질의 함량이 높아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을 내는 하대는 연근김치를 담그면 좋다. 우엉은 뿌리 길이만 1m가 넘고 대부터 잎까지 1m정도가 되니 2m가 되는 길이를 자랑한다. 긴 뿌리는 여러 마디로 잘라 굵기별로 쓰임새를 분류하는데, 굵은 부위는 질긴 편이라 반찬으로 가공하고, 가는 부위일수록 연한 맛이 나 생으로도 먹는다.

     

     

    # 1천 년 이상 묵은 씨앗이 발견되었을 정도로 연의 열매는 다른 식물 종자보다 생명력이 강하다.

     

    # 연꽃은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높고 차를 만드는 재료로도 이용된다. 옛 선비들은 연꽃 차를 '정신을 맑게 하는 차'라 하여 즐겨 마셨다고 한다. 연꽃의 암술은 약으로도 쓰이는데,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 연잎에 물이 떨어지면 촘촘히 자란 털 때문에 흡수되지 않고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그러니 솥뚜껑만 한 연잎은 실제 우산처럼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린 연잎은 데쳐서 쌈으로 먹거나 무치고, 큰 잎은 차로 만들면 좋다.

     

    # 연근을 자르면 마처럼 찐득거리는 실이 나온다. 이는 무틴이라는 성분으로 위벽 보호, 해독에 효과가 있다. 껍질을 벗겨놓았을 때 까맣게 변색이 되는 것은 타닌과 철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식초물에 담가두면 이를 방지할 수 있고 떫은맛도 없어진다.

     

    # 연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사과와 맞먹는 정도. 단백질도 일반 채소의 두 배에 달한다.

     

    # 연근은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수확할 때는 쇠고랑으로 진흙을 걷어내고 손으로 살살 건져 올려야 한다. 하나하나 걷어야 하니 여간 많은 공력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 초록잎이 무성한 우엉밭. 주변 논둑에는 해충을 유인하기 위한 옥수수와 병충해가 싫어하는 작물인 결명자를 심었다. 우엉이 사람 키보다 크게 자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데, 땅속으로 무려 1m 길이로 자란다. 

     

    # 연근과 우엉으로 만든 여러 제품들은 한살림과 아이쿱 생협, 농장(www.yeontown.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출처 : 레몬트리 2012년 9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 신현국(CLIX Studio)

    촬영 협조 -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주)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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