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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치병 남편을 위한 즉석 청국장 - 안은금주의 로하스 미각 여행
    BIG FARM/Food Story 2011. 5. 28. 18:17









    경남 함안 즉석 청국장

    불치병 남편을 위한 즉석 청국장

    다 똑같은 청국장이라 생각하면 NO~! 가루 붓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즉석 국처럼 먹을 수 있는 청국장이 있다.
    구수한 냄새와 콩알이 씹히는 질감까지도 그대로 말이다.

    즉석 청국장을 개발한 전금자씨를 만나러 간 곳은 전남 함양이다.
    워낙 장 만드는 곳을 많이 다녀서인지 이곳의 첫 인상은 너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사무실은 옛 집을 개조한 가옥이었고 그나마 청국장을 가공하는 곳은 단층의 건물 한 채가 전부였다.
    이런 곳에서 그 대단한 즉석 청국장이 탄생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무뚝뚝한 경남 사투리에 훌쩍 큰 키.
    환갑의 연세였지만 얼굴에는 그녀의 삶이 어땠을지 짐작이 갈만큼 깊은 주름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수차례의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여장부처럼, 첫인상은 참 강렬했다.
    꽃샘 추위에 얼굴이 빨개진 나를 보면서 멀리서 왔는데 대접할건 없고 이거나 한잔하라며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셨다.

    아! 이건... 소문으로만 듣던 즉석 청국장이었다. 세상에 청국장을 커피처럼 타서 마실 줄이야.
    구수한 냄새와 씹히는 질감이 영락없는 청국장 그대로였다. 오히려 냄새가 덜한 것이 순한 청국장 맛 그대로다.
    오호!! 이거 포장마차의 어묵 국물보다 나은 걸!

    알고 보니 허름해 보였던 이 농원이 1년에 50톤의 콩을 사용하며 제법 많은 양의 청국장을 생산하는 곳이란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동네 어르신 중에 마실 나오신 할머니 두 분이 포장을 도와주고 계셨다.
    50톤의 콩으로 메주를 쑤고, 청국장을 만드는 건 대체 누가 어디서 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일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서 다 한단다. 어찌나 성격이 깔끔하고 꼼꼼한지 콩 재배부터 장 담그기, 발효,
    동결 건조까지 전 과정을 손수하고 있었다. 관절염으로 몸은 힘들지만 뭐든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니
    장 담그는 일의 전 과정을 남에게는 맡길 수가 없단다. 그렇다고 양이 적기나 하나.
    일주일에 600kg의 콩을 사용할 정도의 양인데 환갑의 어머니가 어떻게 혼자서 할 수 있을까?







    "나 시집와서 지금까지 평생 2-3시간이상을 자본 적이 없어. 12시에 눈 붙이면 2시 넘어서 일어나 콩 삶는 일부터 해."

    그녀 도 젊었을 때는 키 크고 예쁜 도시 아가씨였단다. 공무원이었던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살았다고 한다. 결혼 3년차 되던 해에 떨어진 청천벽력과 같은 남편의 괴사병 진단.
    괴사병은 넘어지거나 다치면 피가 멈추지 않아 말 그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병이다. 결국 남편은 회사도 다니지 못하게 됐고,
    모아둔 돈은 병원비로 다 써버렸고, 20대 새댁이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도시 살림을 접고 삼남매와 함께 귀향한 그녀는 가장으로서 오로지 생계를 위해 억척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단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친정엄마한테 배운 장 담그는 일이 전부.
    그길로 동네 분들의 도움을 받아 된장 고추장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장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그런대로 생계를 꾸리며 살 수는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즉석청국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지병으로 앓아누워 평생을 보낸 남편.
    그 지아비를 아끼는 마음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생전 남편이 청국장을 무척이나 좋아했단다.
    남편이 병실에 누워있던 시절, 좋아하는 청국장을 해먹이고는 싶은데 냄새 때문에 눈치가 보여 제대로 해먹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냄새 안 나는 청국장은 없을까? 병원에서도 간편하게 끓여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던 끝에 지금의 즉석 청국장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즉석 청국장에 그런 사연이 담겨 있을 줄이야.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병원에서는 사람들이 코를 막고 난리지. 빼짝 마른 남편이 그나마 먹고 싶다 카는 기 내가 만든 청국장인데...
     먹일 수가 있나. 그러던 중에 무심코 냉장고를 열다 즉석 스프가 발등으로 떨어졌는기라. 그때 이거다 싶대."

    시중에 나와 있던 청국장 가루로 끓여도 보고 별짓을 다했지만 맛은 영 시원찮았단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던 중 동결건조와 기본 맛내기의 비법을 찾아낸 것이다. 먼저 토종 백태를 가마솥에 장작불로 삶는데 그냥 삶지 않았다.
    표고버섯 새우 멸치...등 천연 양념이 들어간 다싯물을 우려 그 물에 콩을 삶았다.
    그리고 3일 동안 발효시키고 그걸 동결건조 시켰더니 지금의 즉석 청국장이 완성됐다고 했다.

    오직 남편에게 청국장을 먹여보겠다는 일념으로 만들기 시작한 즉석 청국장. 하지만 남편은 즉석 청국장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성공을 눈앞에 두고 지난 2002년,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단다.

    "30년 동안 원망이란 건 모르고 그저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먼저 간 남편이 원망스럽대."

    어쩌면 즉석 청국장은 남편이 남긴 마지막 선물일는지도 모른다. 즉석 청국장 소문은 하루가 다르게 멀리 퍼져나갔고,
    즉석청국장을 찾는 이가 너무 많아 쉴 틈도 없단다. 이젠 습관이 돼 할 일이 별로 없는 날에도 2시간 눈 붙이는 게 전부라는 전금자씨.
    그녀를 보며 엄마로써 아내로써 사는 여성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년 후 다시 찾은 농장은 몰라보게 달려져있었다. 농장은 번듯하게 잘 지어진 체험 농원으로 바뀌었고 무엇보다
     얼굴 표정이 환한 미소로 바뀌어져 있었다. 허리도 못 펼 만큼 아팠던 관절염도 신통방통하게 없어졌다고 했다.
    그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나와 함께 촬영했던 그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사람들이 전금자씨의 즉석 청국장을 찾았고 그 인기 덕에 체험 농장을 지원받아
    관광객들에게 장맛을 전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어디 그뿐이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상품도 개발해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도 하면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농촌 전문 리포터로 다니면서 수많은 인생의 이야기를 가진 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에 울고 그들의 행복함에 같이 웃었다.
    전금자씨를 촬영하면서 그녀의 삶이 애달파 같이 울었는데, 이렇게 성공하시다니 참으로 기뻤다.
    정말 평생 지아비를 섬기며 살았다는 것에 하늘도 감동한거겠지?

    "좀 더 살아 줬더라면.... 완치시킬 순 없겠지만, 가늘 날까지 고통이라도 좀 줄여주고, 편하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이만큼 성공한 것도, 먼저 간 남편이 알게 모르게 도와준 거 아닌가 싶어."

    냄비처럼 끓다 곧 식어버리는 사랑이 아니라 가마솥의 온기처럼 신뢰와 헌신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의 사랑이라는 걸.
    전금자씨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깊고 넓은 사랑에 목마르신 분... 즉석 청국장 한 잔 하실래요?
















    하늘에서 별이 주르륵 떨어진다.

    눈만 감으면 기쁨의 환상 속에 메주가

    주르륵 떨어진다. 어찌된 일일까?

    꿈과 희망에 부푼 내 인생의 시작이다.

    매일 밤 하늘에서 빛나는 메주가 내 품에 안기니

    행복할 수밖에...

    장류사업을 시작할 즈음 나는 매일 이런 즐거운 환영에 밤잠을 뒤척였다.

    전금자씨의 일기 중.










     





    청국장이란?

    볏짚이나 공기 중에 있는 바실러스(bacillus)라는 균에 의해 발효되는 청국장은 콩 발효식품류 중에서 가장 짧은 기간인 2-3일이면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또한 청국장은 전통 발효식품 중에서 유일하게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어 저염식으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청국장 보관법

    발효된 청국장은 냉장실에 보관 할 경우 한 달 정도 보존이 가능하다.
    냉동 보관 시 사용할 분량만큼 덜어서 랩에 싼 다음 보관하면 6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실온에서 1-2시간 후면 원래의 청국장과 동일한 맛과 향을 나타낸다.







     

    청국장 응용법

    청국장에 함유돼있는 제니스테인이라는 물질은 유방암, 결장암, 직장암, 위암, 폐암, 전립선암 등 각종 암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사포닌, 파이틱산, 트립신 억제제와 같은 물질도 들어있는데, 트립신 억제제와 레시틴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에 큰 도움이 된다. 레시틴과 단백질 분해효소는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이나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효과가 있고, 청국장 내의 바실러스균은 많은 아미노산을 만들어내 고혈압 예방에 좋으며 정장효과가 뛰어나고 섬유질이 많아 변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www.big-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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