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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 MAGAZINE 2014 12. "빛도 고운, 레드푸드의 축복"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Media/신문,잡지 2016. 4. 20. 17:06

     

    빛도 고운, 레드푸드의 축복

     

    한국의 테루아를 탐험하는 황홀한 미각 여행.

    푸드 큐레이터 안은금주와 함께 맞은 늦가을은 수확이 한창인 사과 농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문화의 양식에서 일상의 테이블까지,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이번 여행지는 착한 농부들이 키우는 '레드푸드'의 고향, 전라북도 장수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고도는 해발 500~700m다. 전라북도 장수는 태백산맥에서 뻗어 내려운 산줄기인 소백산맥이 뻗어가는 경계에 위치한, 평균 해발 500고지에 분지를 형성하고 있다. 안은금주 대표는 한마디로 "사람이 가장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고도에서, 과일도 숙면을 취하며 맛있게 익어간다"고. 장수 사과의 특징을 명쾌하게 맺어둔다. 금세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맛있는 사과를 찾아 전국을 다녀봤지요. 사과하고 지내온 기간이 38년인데, 딱 장수에 터를 잡고 농사지은 시간이 어느새 30년에 되어가네요." 이름도 예쁜 '능금'과 함께 땅을 일구어온 송재관 농부의 발방농원에서 갓 딴 부사를 껍질째 베어 물었다. 거짓말 같은 "아삭!" 소리가 밭고랑을 가로지른다. 다른 쪽에서 수확하는 즐거움에 몰입해 있던 레리치 꾸띄르 김대철 대표도 이내 알차게 집어 든다. 안 대표가 그 모습을 기다렸다는 듯 말해주었다. "장수 사과는 웬만한 남자들은 손으로 쪼개기 힘들어 할 만큼 단단해요. 여름 사과인 홍로는 원래 품종이 부사만큼 단단하지 않은데, 장수에서 자라는 홍로는 다음 해에 사과가 나올 때까지 저장해두고 먹는 부사처럼 과육이 단단해요. 여기보다 고도가 낮은 타 지역에서 키운 홍로는 조금 푸석푸석한 맛이 나거든요." 그 홍로의 맛을 기억해두려고 속으로 외웠다. "평균 해발 500고지에서 단단한 과일이 산다. 장수하는 사람이 산다."

     

    장수 과일이 유명한 이유는 제대로 맛 들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교차'다. 한여름에도 보일러 켜고 잘 정도로 일교차가 20도가량 벌어지는 환경을 견뎌야 하는 과일은 얼어 죽지 않고 제 몸을 지키는 방법으로 몸 가득가득 당분을 채운다. 이 당분은 뿌리에서 끌어오는 영양물질인 미네랄이다. "일교차라는 스트레스가 도리어 식물의 면역물질인 피토케미컬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요. 그것을 사람이 먹으면 달콤새콤한 당산도를 높게 느끼는데, "맛이 좋다"는 표현이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거에요. 이런 조건이 태백산맥에서 나는 야생 오미자를 재배 오미자로 개량해 특수 작물로 키우는 시배지로 장수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과나무는 제대로 심어도 수확하기까지 7년 후에야 첫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선 투자 종목이다. 결국엔 농사 역시 비용을 얼마나 들이느냐, 수고로움을 또 얼마나 하느냐에 달린 일. '미래의 시간'에 어떤 가치를 두느냐에서부터 생각도 방향을 튼다. 뻔히 답을 알지만, 7년 전에 심어놓아야지만 7년 후에야 소득이 되는 시간을, 삶이 팍팍한 농부는 버텨내가 힘들다. 사과나무가 인생의 룰 하나를 이렇게 또 가르친다.

     

    사과나무의 청년기는 10~15년 차다. 뜻을 두고 하는 일이라면 언제든 상관없지만, 생물학의 원리를 따르는 모든 것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생에 가장 절정인 시기가 반드시 있다. 사과나무는 25~30년이 되면 수명이 다했다고 여긴다. 계속 과실은 내겠어도 품질은 확연히 떨어진다. 장수에서 사과 원물을 소득작물로 보급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다. 사과나무가 가장 청년인 때가 바로 지금 장수에 있다. 이 맛있는 사과를 나박나박 썰어 담근 물김치와 정성스레 발효시킨 사과식초로 갖은 장아찌를 담그고 밑간을 맞추는 '장수밥상'의 태선희 대표. 이름만큼이나 건강한 장수의 기운을 얻어갈 수 있게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로 만든 토속적인 음식을 선보이는 장수밥상은 누구나 어렵던 시절에 10남매 집에 시집 와 안팎 농사로 바쁘게 지으면서도 소문난 음식솜씨만큼 맵시 있는 담음새로 소박한 밥상을 알뜰하게 차려내던 '농부의 아내'가 제 집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농가맛집'이다.

     

    예약하기도 힘들 만큼 지역에서는 줄 서서 맏는 장수밥상은 지역 특산물인 시래기, 수수, 쑥 등과 직접 논밭에서 기른 계절 작물과 산에서 채취한 약초로 만든 음식들이다. 여기에 장수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레드푸드'인 장수 한우를 듬뿍 담은 담백한 전골이 올라온다. 장수 한우는 타 지역으로 내다 팔 것도 없이 지역 내에서도 금세 동이 날 만큼 대접받는 귀한 로컬 식재료다. 이만큼 큰 마음을 늘 받고 자라온 그들의 자녀와 짝을 이룬 며느리도 사위도 한 번씩 내려오면 서울 집으로 안 가려고 한단다. 바로 이렇게 연결되는 삶이 진짜 농부의 지혜로운 가르침이다.

     

     

    # 장수 사과를 통째로 착즙한 생사과즙, 씹을수록 맛있는 사과칩, 과육이 그대로 살아있는 프리미엄 수제 사과잼, 장수의 오미자를 6개월간 숙성시켜 만든 생오미자청은 향과 맛의 풍미도 높지만 신선한 영양이 담긴 건강한 가공품이다. 장수의 사과, 오미자, 토마토 등을 생산하는 농민 조합원으로 구성된 단체로 2013년 설립된 장수드림협동조합에서는 장수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고부가가치 2차 생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 '장수밥상'은 건강 장수의 기운을 얻어갈 수 있는 곳이다. '레리치 꾸띄르' 김대철 대표는 "상당한 맛의 균형감은 물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동적인 맛이네요"라고.

     

    # 물 맑은 축복의 땅 장수는 전북과 충남을 잇는 금강의 수원지로 청정자연과 더불어 수자원이 풍부하다. 이곳의 과수는 맛만큼이나 좋은 선명한 색상을 자랑한다. 미리내농장에서 김경선 염색장의 도움을 받아 체험해본 천연염색을 통해, 사과나무와 오미자를 이용해 물을 들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출처: J.J MAGAZINE 2014년 12월호

     

    EDITOR - CHANG NAMMI
    PHOTOGRAPHER - YUL D KIM
    PRODUCER - AN EUNGUEM JU

    COOPERATION - 장수드림협동조합, 미리내농장, 발방농원, 장수밥상, LERICI

     

     

     

    Big Farm 식생활 소통 콘텐츠 기획사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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