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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 MAGAZINE 2014 11. "군산의 시간, 내륙의 만찬"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Media/신문,잡지 2016. 4. 20. 16:54

     

    군산의 시간, 내륙의 만찬 

     

    역사를 바탕으로 진화하는 삶, 그 안에 깃든 맛을 찾아 떠나는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여행.

    문화 양식에서 일상의 테이블까지, 우리 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한국의 테루아를 탐험하는 즐거운 순례다.

     

    이번 여행지는 근대 문화역사 도시 군산이다.

    우리 근현대 문화의 뿌리에서부터 가지를 뻗어나간 길에서 찾은 이야기들은, 푸드 큐레이터 안은금주가 안내한 군산의 내륙에서 발견한 것들이다.

     

     

     

     

     

     

    군산은 해마다 두 번 황금빛으로 물든다. 가을 햅쌀을 거두는 10월과, 그 빈 들에 파종한 보리가 익는 6월의 풍경이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짙게 물드는 대지의 풍경을 그려보는데, 묘하게도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을 떠난 젊은 인파로 주말이면 더 북적이는 구시가의 골목 골목에 남아 있는 근대의 풍경과 그 곳에 어울려 사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사방 어디로든 교통이 발달한 군산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개발한 계획 도시다. 특히 쌀 수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본인들이 집단 거주했던 구시가에는 현재 1930년대 근대 군산의 생활모습을 복원한 '군산 근대 역사 체험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인근에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와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구)히로쓰 가옥 등이 남아 있는 이곳에는, "어떤 골목으로 가든 어디서든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오래된 얘기가 아직도 통하는 격자형 구조의 도시생태가 남아 있다. 탁류길 원도심 지도를 따라 '1930년 시간여행'을 하는 이들을 보며 여기 오래 뿌리를 두고 살아온 이들은 말한다. "볼 것도 없는데 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고.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픈 역사, 부끄러운 과거로 기억되어 있다"고 한 안은금주 대표는 "한 예로, 군산내항을 끼고 있는 장미동은 일본인이 쫒겨간 후 미군기지가 들어오며 따라서 유흥가도 번창했어요. 밤조차 화려한 항구 마을이었지만, 흐르는 역사 속에서 미군기지가 떠나고 마을은 급격히 쇠락했어요." 불꺼진 집이 늘며 장미동은 우범 지대가 됐다. 아무도 이곳에 들어와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을에 "불이라도 켜놓자"고 제안한 현 군산시장을 주축으로 역사적인 의미의 근대문화 생태도시로 복원 및 개발을 추진한 프로젝트는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우연히 발견한 할머니의 100년 전 지폐 한장으로부터 2009년 근대 유람을 시작해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를 펴낸 저자 최예선과 건축가 정구원의 첫 출발지가 바로 이 군산이었다. 눈 내리는 어느 날 도착한 군산에서 진즉 문화재로 선정되어 프랑스식도 러시아식도 아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며 여신처럼 파란 지붕에 붉은 벽돌로 우아하게 서 있는 '군산해관', 그 옛날 군산의 돈은 모두 끌어모았으나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방치된 '일본제18은행' 등의 장소에서 적잖이 놀란 그들은, "지금도 사라질 위기에 있는 건축물들 속에서 어떤 것을 다시 알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전국을 걸으며 깨닫게 된다. "숨 쉬는 생명을 바라보며 먼 옛날 이곳에서 살았을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삶이 계속된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구나. 먼 옛날 누군가의 삶을 내가 이어가고 또 나를 이어 누군가의 삶이 이 땅에서 펼쳐질 것이다. 땅 위의 삶이 끝없이 계속된다는 것. 안타까운 운명을 이야기할 때 그것만큼 큰 위로는 없다"고.

     

    그리고 현재, 푸드 큐레이터 안은금주와 <굿모닝 팝스>로 오랜 기간 정답게 목소리로 만나온 이근철 소장과 함께 군산의 내륙으로 떠난 여행에서 우리도 무언가를 발견한다.

     

    동과 남으로 만경강을 넘어 온통 호남평야로 이어지는 임목평야가 펼쳐진 군산은, 조선시대 '온 나라에 흉년이 들어도 이곳 농사만 잘되면 큰 걱정 없다'고 할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기름진 들에서 자라는 곡식들이 풍부했다. 그만큼 먹거리도 풍부했다. 요즘 찾는 이들이 많은 '보리 맥걸리'를 군산양조공사에서 맛보았다. 1,200리터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숙성 중인 보리 맥걸리 원주도 맛보게 된 기회로, "감치는 끈기와 쌉싸래한 풍미가 깊다." 군산양조공사에서 제조하는 맥걸리의 원재료부터 다른 까닭이다.

     

    한국과 칠레, 미국, 유럽연합과의 FTA 협정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지리적표시보고등록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상품인 '대한민국지리적표시등록 제49호', 군산흰찰쌀보리가 그 원재료다. 이 자원의 쓰임을 넓히는 명품화 브랜딩에서부터 도농화합형 체험관광사업으로까지 확장해가는 군산시의 프로젝트 가운데는 지역의 제과제빵 장인들과 함께 만든 군산흰찰쌀보리 베이커리 브랜드인 '보리진포(Bori Jinpo Bread)'도 있다. 보리진포 브랜드를 단 총24곳의 군산제과제빵 장인들 가운데 한 명인 이상순 대표가 이끌어온 '빵굽는 오남매'에는 보리진포대표빵 외에도 이곳만의 대표 메뉴로 개발한 하루 70개 한정 보리진포하얀호떡과 50개 한정 보리진포오곡호떡 등이 있다. 팥앙금 속에 통보리와 호두를 넣은 보리진하얀호떡은 '아침 빵 문화'와 낯선 어르신들도, 글루텐 분해효소가 부족해 밀가루 빵을 멀리했던 사람들도 즐겨 찾는 메뉴다.

     

    이근철 소장은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감을 느낄 때는, 나도 잘 몰랐던 무언가를 다른 사람이 발견해줄 때거든요. 군산을 전혀 몰랐던 제게 이 여행은 그렇게 다가오네요. 역사적 배경과 시간들, 사람들이 남겨둔 역사를 보면서, 이것이 누구의 것이었든 간에 현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떤 의미를 다시 찾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요. 멋진 시간여행이네요"라 말했다. 특히 정성 가득한 발효음식을 점심으로 만난 장국명가의 보리밥상을 꼽은 그는, 음식안에 주인의 미소와 해학이 버무려져 있어서 더 좋았다고. 그리고 안은금주 대표가 기획한 '군산 보리너리 투어'를 한국형 컬리너리투어로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제안할 만하다고 공감하며 다음 군산 여행은 군산 바다를 포함해 가까운 전주까지 확장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감한 사실 하나가 있다. 군산은 항구 이전에 기름진 들녘이었다는 사실이다.

     

     

    # 우리나라 최대 보리생산지인 군산은 겨울철 평균온도가 5ºC 내외라서 보리 동숙기간이 길어 이삭이 잘 여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지리지총서 <읍지> 전라도 옥구현 편에는 "예로부터 군산 보리는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 보리는 통풍과 배수가 잘될수록 생육이 좋다. 바람 많은 군산에서 밀식 재배를 해도 병해충 피해가 확연히 적은 이유다. 또한 갯벌이 변해 논이 된 지형으로 토심이 깊고, 적절한 염기, 풍부한 미네랄은 물론, 뻘 및 모래층이 배수를 도우니 보리생육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땅이다.

     

    # '군산흰찰쌀보리'는 한국과 칠레, 미국, 유럽연합과의 FTA 협정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는 지리적표시보호등록된 '대한민국지리적표시등록 제49호' 상품이다. 지리적표시보호등록제는 상품의 품질과 특성 등이 본질적으로 그 상품의 원산지로 인해 생겼을 경우, 그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로서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군산흰찰쌀보리가 명품보리라 불리는 이유다.

     

    # 예로부터 옥이 나는 곳이라고 명명한 옥산 지역에서 청량한 청암산 지하암반수로 빚은 군산양조공사의 보리 맥걸리.

     

    # 춘궁기에 질긴 보리싹으로 전이나 무침, 죽을 해 먹던 배고픔의 상징에서 이제는 건강과 젊을 지키는 웰빙식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보리. 그 중에서도 특별한 '군산흰찰쌀보리'는 희고 차진 쌀과 같이 먹을 수 있게 개량한 기능성 곡류로, 미리 불리지 않고 밥을 지어도 맛이 호화롭다.

     

    # 전분 64%, 단백질 11%, 베타글루칸 5%, 나머지 수분, 지방, 화분, 섬유소로 구성된 군산흰찰쌀보리로 만든 빵 '보리진포'는 군산제과제빵 장인들과 함께 만드는 군산 대표 먹거리다. 화학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보릿가루로 만들어 쫀득한 식감과 차진 맛, 구수한 보리향이 특징이다.

     

     

     

    출처: J.J. MAGAZINE 2014년 11월호

     

    EDITOR - CHANG NAMMI
    PHOTOGRAPHER - YUL D KIM, LEE SEUNG JUN
    PRODUCER - AN EUNGUEM JU
    COOPERATION - 군산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원과, 군산양조공사, 빵굽는오남매, 장국명가, (주)이근철영어문화연구소

     

     

     

    Big Farm 식생활 소통 콘텐츠 기획사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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