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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 MAGAZINE 2014 10. "바다의 양식, 섬의 만찬"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월드와이드
    Media/신문,잡지 2016. 4. 20. 16:34

     

    바다의 양식, 섬의 만찬

     

    일용할 양식에서 셰프의 테이블까지, 사람들의 생활상 안에 있는 맛의 세계로 떠나본다.

    우리 안의 음식과 세계로 간 요리 사이에서 미식의 길을 찾는 우리들이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의 테루아를 공유하는, 즐거운 순례로 초대한다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떤 하나의 레시피가 요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지 모른다.

    그 비밀은 팔 할이 식자재를 이해해야 풀린다. 땅과 물과 지형, 그리고 '사람의 기술'인 재배 방법에 따라서도 다른 맛이 나는 '차이'. <미식의 테크놀로지>에서 만난 세 명의 셰프는 얘기한다. 테루아 속에서 유연한 발상을 추구한 셰프 산티 산티마리아는 "레시피는 바이블이 아니다.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기본에 새로운 발상을 더해내는 요리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세계화 전략에 그 나라의 개성을 살려내는 요리 천재 알랭 뒤카스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는 언제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리적, 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중해에 있다면 지중해에 있는 것을, 파리에 있다면 파리에 어울리는 것을, 도쿄라면 도쿄에 맞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죠"라고 강조했다. 시대에 맞는 전통을 지켜가는 다카하시 에이이치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무리하지 않고 조금만 좋게 만들어서 아들에게 물려주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에도 그 시대에 맞는 '효테이'만의 색깔을 지켜나갈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고 얘기한다. 한결같이 '그렇게 먹었던' 사람들의 생활상 안에 있는 맛을 아는 일은 때문에 중요하다. 역사를 바탕으로 진화하는 요리, 우리는 '컬리너리 월드와이드'로 새롭게 떠나보기로 했다.

     

    첫 걸음을 제주에서 내디뎠다. 바다와 돌과 바람의 문화가 팔 할인 삶을 사는 섬, 제주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리장성 길이의 10배에 달하는 밭 담인 '황해장성'이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을 따르면 다채로운 식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제주를 여러 번 여행하는 사람들은 '다음에 어디서 뭐하지?'라는 고민이 있어요. 그럴 때 제주만의 상징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제안을 다양하게 접할수 있기를 바라지요. 직접 농사짓고 수확한 것으로만 음식을 만들어 파는 제주농가맛집에서 지역의 식문화를 경험해보는 일처럼이요." 한국의 테루아를 주제로 한 컬리너리 여행을 이끄는 안은금주 푸드 큐레이터가 '제주 바다의 만찬'이라 일컬은 '해삼토렴'을 선택한 이유다.

     

    '물에 살짝 데친다'는 뜻의 토렴은 제주 내에서도 각양각색의 재료로 먹어온 향토음식이다. 그중 온평리 부녀회 소속 해녀들이 공동 운영하는 농가맛집의 해삼토렴은 옛 어머니들의 레시피를 경험하고 자란 해녀들이 그들 자녀 세대가 더 선호하는 깔끔한 맛으로 약간의 변주를 해내기도 하는 향토음식이다. 계절을 타는 식자재라 메뉴판에는 올려두지 않은 홍삼토렴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연세 지긋한 이들이다. 한마디로 "온평생활개선회 해녀들이 내는 '홍삼토렴'은 먹어본 사람이 찾는 음식이에요. 바다 냄새가 나는 시원하고 담백한 해물의 차진 맛이 특징인데, 홍삼 맛이 물오른 11월부터 3월까지가 제일 맛있어요. 또 다른 주재료인 말미역도 채취 시기에 가장 부드러워요." 제주도에서 나는 해삼과 말미역, 소라, 전복, 성게를 듬뿍 넣는 온평생활개선회 홍삼토렴은 다른 지역 것보다 국물이 거의 없는 무침에 가깝다. 이곳 해녀들은 "육수는, 제철 바다 것이 귀해지는 금어기 때를 대비해 냉동해둔 말미역에 부드러움을 더해주는, 불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채소로만 우린 육수라도 괜찮다고. 이들에게만 전해온 비법도 있다. 묵은 장이나 김치에서 나는 군내를 싫어하는 자녀들을 위해 밑간을 조선간장이 아닌 소금으로 대체한 대신 깊은 바다 맛을 더하는 소스로 사용해온 성계 육수다. "온평리 생활개선회에서 운영하는 농가맛집 해녀들만 겨우 알고 있는, 사라져가는 맛이다." 바다의 만찬을 크게 한입 넣고 씹으니 입안에 퍼지는 '단맛'이 신선하다. 싱싱한 해물도 진미지만, 이 다정한 단맛은 말미역이 큰 몫을 한다.

     

    이번 컬리너리 투어에 함께한 하얏트 리젠시 제주 장홍기 총주방장은 이들의 토렴과 제주향토음식 레시피에 등재된 '해삼토렴' 레시피에 바탕한 '테일러 푸드'를 선보였다. 현재 하얏트 리젠시 제주의 세일즈 키트에는 없는 신메뉴로, 제주에서 모든 음식에 밑간으로 사용하는 제주식 집된장을 기본 소스로 활용한, 지역 식문화의 뿌리에 근거한 요리다. "소스는 아무 재료로나 만드는 게 아니고, 있는 기본을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변주됩니다. 제주식 된장은, 육지 것과 다르게 콩알이 그대로 살고 색도 검어요. 제주에 산 지 30년이 된 저도 솔직히 제주 집된장은 어려운 재료에요. 호텔 음식은 아무래도 고객들 입맛을 따르는데 육지에서 온 분들에게 있는 그대로 제공하면 자칫 역효과가 날 수도 있거든요."

     

    장홍기 셰프식 해삼토렴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배를 채썰어 접시에 깔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살짝 데친 해산물을 눈으로 보기에도 푸짐하게 듬뿍 담는다. 그 양에 따라 소스를 뿌리고 고소한 맛을 위해 참기름도 조금, 음식에 볼륨감을 살리는 김가루, 컬러를 더해주는 실파를 올리면 호텔식 해산물 토렴이 된다. 토속적인 느낌을 살려 "항아리 뚜껑에 담아냈다"고 한 셰프는, "이 음식의 발원이 어디로부터 나왔는지, 기본은 지키려고 해요. 대중적인 입맛에 맞출 수 있게 호텔식으로 가미를 하고, 프레젠테이션도 약간 다르게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면서 제주 음식을 알릴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누리려면 전통방식으로만 요리해서는 안 됩니다. 제주도 내에서도 본토 음식을 갖고 지역마다 다른 재료를 가미해서 다채롭게 먹어왔듯, 전 세계 사람들의 미각을 고려해야 하는 호텔 메뉴로 낸다면 반드시 약간의 변화는 필요해요." 얘기한다. 보리밥에 갖은 나물을 곁들인 제주식 돌솥비빔밥에 "질긴 맛이 있지만 잔치나 제사 때 반드시 냈던 제주의 양애 나물"을 얹은 이유도 그렇다. "대한민국 어디서도 그 재료를 비빔밥에 쓰지 않지만, 제주도에서는 항상 먹어온 재료이기 때문에 지역의 테루아를 담는 메뉴의 재료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지에 없던 재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일단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니까요. 갈수록 호텔 메뉴에서 로컬 푸드를 더 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제주 향토음식 레시피를 자주 참고하는데, 그 레시피대로만 하면 너무 단순한 가정식 맛이 됩니다. 또 한국 음식에 보편적으로 들어가는 양념이 있는데, 제주도 음식은 같은 나물인데도 참기름을 안 넣는 게 다수에요. 제주도 전통음식을 대중화 해보려고 한국 요리의 기본적인 레시피를 함께 참고해, 빠진 게 있으면 넣어 보려고 하는거에요. 늘 먹던 음식이라도 손님을 위해 상에 올릴 때는 간이라도 한 번 더 신경쓴 어머니들의 마음처럼,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조화'이듯 말이지요."

     

     

    # 제주 해안의 밭 담은 드센 바람으로부터 밭작물을 보호하는 역할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화내듯 싸우듯 들리는 제주인 특유의 강한 어조는 사시사철 부는 바람 속에서 말소리가 들리게끔 "세게, 강하게, 짧게" 전달해야 하는 지역 환경의 조건이 빚어낸 문화다. 온평리 해녀들의 홍삼토렴은 "소라, 해삼, 전복을 데쳐놓고, 성게도 까서 준비해두고, 미역은 썬다. 여기에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소금으로 간하면 완성이다."

     

    # 가을이면 호박꽃이 한창인 돌담 뒤 밭은 봄이면 유채꽃이 주인공이다. 이 시기에 온평생활개선회 해녀들은 갓 무친 유채나물을 손님 상에 올린다. 간편한 식사를 선호하는 탐방객들은 주로 성게국수를 많이 찾는데, 미리 전화로 주문하면 홍삼토렴을 맛볼 수 있고 건조해산물과 나물 같은 지역 식재료 구입도 가능하다.

     

    # 제주의 10월은, 금어기가 풀린 바다에서 해녀들이 잡아 올린 성게, 해삼, 미역, 전복, 소라, 보말 등 해산물이 풍성해지는 때다.

     

    # 제주에서 나는 지역 식재료만 사용해 오감의 조화로움을 담은 하얏트 리젠시 제주 장홍기 총주방장의 '비빔양념장을 곁들인 제주식 돌솥비빔밥과 구살국(성게국)'

     

    # 제주 전통 밑간 재료인 된장을 베이스로 설탕, 식초, 참기름, 깨소금을 가미해 만든 소스를 곁들인 장홍기 셰프식 해삼토렴. 미역의 식감을 싫어하는 이들을 고려해 남녀노소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배를 사용한 장홍시 셰프식 해삼토렴. 배를 채 썰어 접시에 깔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살짝 데친 해산물을 푸짐하게 담는다. 준비해둔 소스를 뿌리고 고소한 맛을 위한 김가루와 컬러를 더해주는 실파를 올리면 호텔식 해산물 토렴이 완성된다.

     

     

     

    출처: J.J MAGAZINE 2014년 10월호

     

    EDITOR - CHANG NAMMI
    PHOTOGRAPHER - YUL D KIM
    PRODUCER - AN EUNGUEM JU
    CHEF - CHANG HONGKI

    COOPERATION - 온평생활개선회,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HYATT REGENCY JEJU

     

     

     

    Big Farm 식생활 소통 콘텐츠 기획사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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