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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관 밀원의 달콤했던 추억... 그리고 안타까운 토종벌 이야기
    BIG FARM/FARM TOUR 2011. 3. 6. 21:42













    청원의 벌꿀 농장을 찾을 때는, 농장이 메밀꽃 축제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낮엔 축제를 찾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바쁘실 것 같아 일부러 느지막이 길을 나섰다.
    마을에서 벌꿀농장이 있는 산으로 오르는 길은 4륜구동 자동차로 터덜터덜 한참을 요란스럽게 올라야 했다.
    한쪽으로는 숲이 우거지고 반대편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개간한 밭들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다.
    비포장 좁은 산길의 끝이 보이자 전혀 다른 풍경의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하얀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비밀의 화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환영 인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기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벌꿀 농장도 시골이란 걸...깜빡 잊고 있었던 거다.
    오후 4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지고 있었다.













    인사고 뭐고, 모든 걸 뒤로한 채 얼른 사진 찍기부터 시작했다.
    해가 있을 때 사진을 찍어야 예쁘게 잘 나오기 때문이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최대한 예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관광객이 거의 다 빠져나간 메밀밭에서 일행과 함께 사진 찍기 놀이에 빠져있을 때 쯤... 이곳, 벌꿀 농장의 작은 주인, 김대립씨를 만났다.

     

    "아까부터 한참 지켜봤는데... 제일 꼴찌로 와서 제일 신나게 노네요."

    찾아가겠다고, 다 와간다고 전화까지 해놓고선 메밀꽃에 빠져서 연락도 잊은 채 사진만 찍어대던 우리 일행.
    김대립씨는 한참을 지켜보며, 찾아온다던 이들이 아닐까... 생각했단다.

    "정작 좋은 경관은 저 위에 있는데 올라가 보시죠."




    메밀꽃은 관전 포인트가 세 곳이 있다. 밀원 입구에 있는 원두막과 오른쪽 산 중턱에 만들어 놓은 통나무 허니 카페,
    그리고 산 정상에서 볼 수 있었다.
    먼저 산 정상으로 가보기로 했다.
    산기슭을 오르자 길옆으로 해바라기 꽃들이 길 동무가 되어 주듯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다.
    신비하게도 산에 오르는 위치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밀원의 모습에 감탄사가 연신 나왔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오르다 보니, 금새 농장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다.
    가장 높은 해발 400m의 정자에 오르자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듯 하얀 메밀꽃이 산등성이를 타고 굽이굽이 피어 있었다.
    전봇대 줄이나 건물 등 시야를 가로 막는 현대의 것들 없이 속 시원하게 뻥 뚤려진 산세.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구름인지.
    내가 구름 위로 사뿐히 내려 앉은 건 아닐까? 정말 이곳이 무릉도원인은 아닐까 싶었다.
    그 옛날 물 좋고 풍경 좋은 곳에만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는데, 이곳도 그중 한곳이 틀림없을 것 같았다.




    반대로 농장 입구의 정자에서 메밀밭을 내려다 보면, 산등성이를 타고 굽이굽이 펼쳐진 메밀밭이 하늘 높이 아득히 펼쳐져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언젠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이곳을 찾는다면 메밀밭 안에서만 즐기지 말고, 꼭 입구와 정상의 '포인트 뷰'를 놓치지 않길...


     


    정상으로 오르는 길 한 쪽엔 수 백 개의 벌통들이 부채꼴 대형으로 쫙 펼쳐져 있다.
    벌집만 1000통. 철마다 다른 계절 꽃을 심어 무지개 꿀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숲 속 구석구석으로 죄다 벌통들이 늘어서 있었다.

     

    “토종벌 밀원에 왔으니 인사는 하고 가야죠?”

    벌통에 다가가자 벌이 웽~웽~ 거리는 소리에 그만 겁을 먹고 놀라서 소리치고 버둥거렸다.
    웽 웽 웽~ 엄마야~!!! 맞다 여긴 벌들이 꿀을 찾는 밀원인 것을 잊고 있었다.

    “토종벌은 안 쏴요~ 오히려 은금주씨 때문에 벌이 다 놀라서 도망갔네요."

    그러면 오히려 공격하는 줄 알고 벌들이 쏠 수 있으니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라고 했다.










    벌 채취할 때 얼굴에 쓰는 망이나 안전장비 같은 것 없냐는 얘기에 별걸 다 찾는 다는 표정으로 토종벌의 습성을 정확히 알면 쏘일 일 없다며 안심하라고 했다.

     

    벌집은 나무로 된 사각 상자들이 칸칸이 쌓여 있었는데 어떤 것은 4칸, 높은 것은 6칸짜리도 있었다. 벌통 안은 칸칸마다 뚫려 있어 모두 하나로 이루어져 있고 벌이 높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상자를 쌓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김대립씨가 사각으로 된 나무 벌통 집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하나씩 빼 올렸다.

    “우와~~~”

    시커먼 토종벌이 우글우글 거리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만져보라며 내손을 이끌었다. 분명 벌이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놀란 가슴에 몸은 얼음으로 굳어 버려 손을 대는 일은 차마 못했다. 그러더니 우글우글 거리는 벌을 향해 입 바람을 후~ 하고 불어 보라고 했다. 양봉 촬영 땐 보통 망을 쓰고 있었지만, 이건 심장이 쨍 하고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밤바다 조업 중에 만난 폭풍보다 더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었다. 휴~~ 심호흡을 하고 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후~~ 하고 불자 신기하게도 벌들이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는 것이었다. 오히려 주변을 윙윙 날던 벌들도 가만히 내려앉더니 진정되는 모습처럼 보였다.
















    김대립씨는 태어나자마자 토종벌을 장난감 삼아 놀았다고 한다. 무녀독남. 외아들인 그에게 벌은 형제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니 평생을 보아온 토종벌을 만나면서 망을 쓰거나 겁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한 것이다.
    벌통을 들여다보는 것이 유일한 놀이였던 그는 하루라도 벌을 안보면 궁금해 견딜 수 가 없었단다.

    벌과 떨어지기 싫은 나머지 고등학교 때는 학교 옥상에서 벌치기를 하며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꿀을 나눠먹기도 했단다.
    한번은 꿀을 먹던 친구의 뒷목에 벌이 사뿐히 앉아 있었는데 워낙 벌 다루기에 능수능란한 그였기에 벌을 내쫓아 준다고 하고선,
    오히려 벌에 쏘이게 만들어 버린 것. 근데 하필 벌 알레르기가 있었던 친구는 눈이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침 졸업식 앨범 촬영을 하는 날이라 그 친구는 퉁퉁 부어 오른 눈으로 졸업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졸업앨범을 볼 때 마다 김대립씨와 친구들은 그 날의 일을 추억하곤 한단다.

    청토청꿀 농장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김대립씨가 3대째 이어 오고 있는 뼈대 있는 토종벌 가문이었다.
    3대가 손수 개간한 땅에 40년 넘게 밀원을 만들고 사는 곳이었다.
    더 대단한 것은 농약이나 제초제가 단 한 방울도 뿌려지지 않고 밀원을 만든 곳이라고 했다.

    김대립씨의 3대 토종벌 사랑은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어디 마을 뿐인가. 방송사며 신문에서도 토종벌꿀 하면, '무지개꿀' 김대립씨를 이야기 할 정도로 나름 유명인사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의 토종벌 사랑은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별나다 못해 괴짜라고 했다.

    “어휴~ 우리 아버지 말도 마세요! 얼마나 괴짜신데요. 우리 아버지 없으면 이 농장도 없어요”

    청주에 가서 벌통에 쓸 걸 사올 때면, 버스에 자리가 비워 있어도 모든 짐을 다 짊어지고 서서 온다고 했다.
    특히 여름철에는 농약을 치는 계절이니, 버스 의자에 농약 보따리라도 내려 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앉을 생각조차 안했다고 했다.
    40분 거리를 가는 동안 빈 의자가 아무리 많아도 등짐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매고 있으니 다들 미쳤다고 했단다.

    동네에 내리면 마을 사람들이 막걸리라도 한잔 하고 가라며 부를라 치면 못 본 척, 못 들은 척 등짐을 진채 줄행랑을 쳤다고 했다.
    '막걸리 한잔 하고 가라니까~'라고 소리쳐 부르면 더 뛰었다고 한다. 안보일 때쯤 몰래 뒤돌아 본 후 안 따라온다 싶으면
    그 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이유가 온 동네가 농약에 제초제를 치니 악수라도 하고 옷깃이라도 닿으면 벌이 죽는 줄 알고
    유난스레 깔끔을 떨었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밖에 나갈 때 세수는 안 해도. 벌통을 보러 갈 땐 산꼭대기에 있는 옹달샘에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부치고 팔을 모래로 팍팍 문질러 씻었단다. 그리고 2차로 옹달샘 바닥의 황토 흙을 개어 구석구석 손과 팔을 문질러 씻었다고 했다.
    걸을 때도 흙이 튀어 오를까 그냥 걷지 않고 양팔을 만세로 들어 손을 맞잡고 내려왔다니 얼마나 유난스러웠던가.
    그렇게 내려오는 길에 주변에 가족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면 꼭 한마디 하셨다단다.

    “먼지 피우지 마!”

    아버지의 이 한마디 구령이 떨어지면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얼음이 됐다가 아버지가 내려가는 것을 다 확인한 후에야 움직 일 수 있었다고 했다.
    행여 가는 길에 아버지의 팔에 티라도 하나 묻었다 싶으면 다시 옹달샘으로 올라 가셨으니 누가 감히 움직일 수 있었겠느냐 했다.

    김대립씨가 두 팔을 위로 하고 아버지를 흉내를 내는 모습에, 옆에 있던 아버지도 우리 일행도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토종벌의 대가인 두 부자는 입담도 대단했다. 너스레를 떨며 말씀하셨지만 부자의 이야기에 그 간의 정성과 노력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전해져 왔다.

    아버지의 지론은 사람이 먹는 것보다 벌은 더 깨끗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김대립씨도 깔끔한 성격은
    아버지를 못 따라간다고 했다. 게다가 친환경이란 말이 나오기도 훨씬 이전부터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만평의 땅이 모두 농약이라곤 한 번도 안 쳐진 그야말로 친황경 땅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3개월 뒤, 눈이 하얗게 내린 날 농장을 다시 찾았다. 겨울잠에 빠진 벌들 위로 벌집 가득 꿀이 차있었다.
    김대립씨가 칼로 뚝 자르시더니 한쪽을 뚝 떼어 먹어보라 주셨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드디어 3개월 만에 꿀을 맛보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한입 가득 꿀을 통째로 입에 넣자 음...
    진한 달콤함과 오묘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달콤한 맛은 이내 약간의 쌉싸래한 맛과 혀가 살짝 아리며 목 안쪽에서 톡 쏘듯 따끔함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와~ 진하다. 진해~ 일반 꿀맛과 다른 깊고 깊은 맛이 베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가슴 아픔 사실. 이렇게 좋은 토종 꿀맛을 우리 후손들은 점점 맛보기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1년 전부터 꿀벌 사육 농가에 닥친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Virus, SBV), 즉 벌의 애벌레가 썩어가는 괴질 바이스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 된 것이다. 한국토봉협회에 따르면 2010년 겨울 토종벌의 폐사율이95%이상에 달하며, 호박벌의 경우 멸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끔찍한 사태의 원인은 바로 이상기온과 환경오염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라 했다.

    꿀을 못 먹는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충매화 역할을 하는 벌이 줄면서, 당장 과수농가들의 화분 매개에 비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즉, 이건 단순히 벌꿀 농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사를 짓는 전체 농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채소 과일 농사의 수확량 감소로 먹을거리 파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어 현재 대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초, 현재 이 병의 치료약과 예방약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김대립씨는 말한다. 현재까지 바이러스 치료방법은 없지만 예방법은 있다고. 아버지가 했던 그 옛날로 돌아가면 벌을 살릴 수 있다고 말이다.
    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인간에게 달콤한 꿀을 나눠줄 수도 있는 거라고...
    우리 아버지가 했던 만큼 인간의 먹을거리에 공력을 들이면 되는 것인데 그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머지않은 날에, 벌꿀 농가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천연감미료로서 인류가 가장 오래전부터 이용해온 것이 꿀이다.
    이미 백제시대에 양봉기술을 일본에 전했다라는 문헌의 기록이 있을 정도로 양봉기술일 발전되었다고 한다.

    꿀은 벌의 겨울철의 먹이로 저장해 둔 것이다.
    처음 꽃에서 수집한 것은 주로 설탕성분이지만 벌의 소화효소로 성분이 바뀐 것이 꿀이다. 꽃철에 따라 색깔과 맛이 제각기
    다른데 밤꿀은 쓴 맛이 돌고 색깔이 검다. 벌이 꿀 1kg을 채집하기 위해서는 560만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
    꿀의 성분은 밀원(蜜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탄수화물이 78% 가량인데 이중 과당이 47%.
    포도당이 37% 정도로 되어 있고 소화성이 좋고 흡수가 잘된다. 수분이 17% 가량이고 0.2% 가량의 단백질과 무기질이 있고
    비타민, 개미산, 유산, 사과산, 색소, 방향물질, 고무질, 왁스, 화분 등이 들어있다. 비타민류는 B1, B2, B6 엽산, 판토텐산,
    니아신, C 등이 있고 무기지로는 Ca, Fe, Cu, Mn, P, S, K, Cl, Na, Si, Mg 등이 함유되어 있다.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고 허약 체질에 도움을 준다.

    [출처 식품과학기술대사전 한국식품과학회 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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