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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밤, 서해 게잡이에 나서다'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20. 17:30

    깊은 밤, 서해 게잡이에 나서다

    빨갛고 긴 다리를 쭉쭉 뻗은 대게가 줄줄이 늘어선 바닷가. 시끌벅적 활기찬 모습이 동해의 게잡이 풍경이라면, 서해의 게는 어두운 밤보다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뻘에서 자란 서해의 게는 색깔도 거무튀튀, 크기도 작지만 땅의 미네랄을 잔뜩 먹고 자라 살이 차지고 영양이 넘친다.

     

     

     

     

     

     

     

     

    서해의 게잡이는 밤에 이루어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어부가 머리에 단 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물이 빠져 드러난 넓은 뻘을 저벅저벅 걷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풍경은 서해에 사는 게 참게를 잡는 모습이다. 흔히 박하지, 돌게 등으로 불리는 참게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 사는 게다. 짝짓기 철에는 민물로 나왔다가 산란기에 바다로 돌아가는데, 그래서 어디서든 민물게라고도 하고, 어디는 바닷게라는 곳도 있다. 바다에 있는 것을 본 사람은 바닷게라, 민물에 있는 것을 본 사람은 민물게라 부른 탓에 생긴 일. 게다가 지역마다 전라도에선 독게 등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이런 참게는 빛을 싫어하는 야행성이라 주로 밤에 게잡이가 이루어진다. 바닷물이 차고 빠지는 그날의 ‘물 때’에 맞추다 보니 밤이 한참 깊은 후에야 게잡이에 나설 수 있었다. 진흙밭 위를 걸을 때는 뻘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데, 자칫 물길에 휩쓸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해의 게잡이는 이렇듯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작업. 조용한 밤, 위험에 대한 주의를 듣고 길을 나서려니 따라가는 사람도 덩달아 숨죽이게 된다.

    꽃게를 오해하다

    꽃게의 제철은 봄과 가을에 두 번 찾아온다. 흔히 봄엔 알이 찬 암게가, 가을엔 수게가 맛있다고 하지만, 사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게는 가을부터 봄까지가 짝짓기 철로 이 기간 내내 알을 품고 있다. 다만 겨울에는 움직임이 적고 추운 만큼 먹을 것도 많지 않아 봄가을에 비해 약간 말라 있는 정도라고. 또한, 추워서 바닥에 몸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잡기도 어려워 먹기가 봄가을만큼 쉽지 않을 뿐이다. 3월이 지나고 해수의 온도가 10~12로 따뜻해지면 비로소 게들은 조금씩 연안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여름 산란철을 앞두고 먹이를 먹으며 살을 찌우기 때문에 봄 꽃게는 맛이 좋다. 또 하나 오해하는 한 가지는 우리가 흔히 게의 알이라 부르는 것이 실은 알이 아니라는 것이다. 등딱지에 붙어 있는 노란 알은 게의 알 주머니로, 짝짓기 기간 내 영양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상태다. 흔히들 이것을 ‘알’이라 부르는 것인데, 산란 직전 정말 알이 꽉 찼을 때는 살과 알이 뻑뻑하고 단단해지기 때문에 외려 맛이 없다고. 그러니 우리가 맛있다고 말하는 꽃게는 엄밀히 말하자면, ‘알 낳을 준비를 하고 있는 영양이 비축된 시기의 살을 찌운 봄 가을 꽃게’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제철 맞은 서해의 게 구경

    예로부터 무의도와 백령도 일대는 꽃게잡이로 유명한 지역이다. 배를 타고 30분 이상만 나가면 작은 닻배를 이용해 꽃게잡이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닻배로 어획하는 것은 서해에서만 마주칠 수 있는 풍경. 배 양옆에 일자형 그물을 내리고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게를 잡는 것인 것, 밀물에 따라온 꽃게가 썰물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물에 걸리면, 어부는 이를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 게는 1년 내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산란기인 6~10월 금어기엔 게잡이를 할 수 없다. 때문에 지금 시기를 놓치면 자그마치 5개월이 지나야만 다시 게를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제철 맞은 게를 맛보고 싶다면, 5월을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참게와 꽃게는 그냥 쪄 먹어도 맛있지만, 게장을 만들면 참 좋다. 맛집의 게장도 대개 이 시가의 게를 공수해 담그는 것이라니, 서해 나들이를 떠날 요량이라면 게를 한 보따리 사다가 쟁여두어도 좋겠다.

    대게 vs 홍게 vs 청게, 동해의 게를 만나다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게가 꽃게, 참게라면, 동해는 대게와 홍게, 털게로 대변된다. 대게잡이 역시 가을부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만 어획이 허용되기 때문에 요즘이 먹기 좋은 때. 대개는 수심 200~800m 바다에서 살고, 홍게는 그보다 깊은 바다에서 서식한다. 대게는 강원도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경정리 앞바다 무화잠에서 많이 잡히는데, 하얗게 꽉 들어찬 속살은 닭고기 못지않게 단단하고 단맛이 난다. 덕분에 영덕 대게는 예로부터 인기였다. 상대적으로 더 깊은 바다에 사는 홍게는 개체수가 많아 홍게를 대게로 속여 파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청게는 대게와 홍게의 자연 교잡종으로 너도대게라고도 불리며 맛은 대게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참게는 햇빛을 싫어해 낮에는 돌 아래 몸을 감추고 있다. 밤에는 밖으로 나와 활동하기 때문에 게잡이가 훨씬 수월하다.

    # 서해의 꽃게는 통발로도 잡는다. 바다 가운데 기다랗게 통발을 설치해두고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하는 것.

    # 꽃게잡이에 이용되는 작은 닻배. 꽃게는 움직이는 것이라 어느 지역의 것이 맛있달 게 없지만, 먼 바다에서 잡은 꽃게는 이동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가까운 곳에서 잡은 것일수록 맛이 좋다는 이야기

    # 게를 잡은 후 배에서는 한 상자에 10kg이었더라도 공매할 땐 그보다 무게가 줄고, 시내로 가면 더 줄어든다. 게가 스트레스를 받고 품고 있던 물을 토해내기 때문.

    # 대게는 20개의 다리가 쭉 뻗은 모양인데, 이 모습이 대나무를 닮았다 하여 대게라 불린다. 커서 불리는 게 아니다.

    # 대게의 몸통 가장자리에는 자은 가시들이 늘어서 있고 윗면에는 사마귀처럼 생긴 돌기가 흩어져 있다.

     

    출처레몬트리 2013 5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이과용(RAUM Studio), m&b 자료실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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