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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따라 달라지는 미역의 맛' _ 안은금주의 컬리너리 투어
    Media/레몬트리 컬리너리 투어 2016. 5. 18. 19:00

    바다 따라 달라지는 미역의 맛

     

    쫀득쫀득 씹는 맛이 좋은 기장 미역, 미네랄 함량 높고 부드러운 완도 미역, 같은 종자를 뿌리더라도 어느 바다, 어떤 물살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미역의 맛과 모양이 달라진다.

     

     

     

     

       

    고향 따라 모양 다른 미역 이야기

    왜 완도 미역은 푹 끓여 후루룩 마시는 산모 미역으로 유명하고, 부산 사람들은 미역을 생으로 초무침해 먹는 것을 좋아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역은 바다의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류가 어떤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남해안의 경우 조수 간만의 차가 완만해 그곳에서 자라는 미역은 유유자적 선비처럼 팔자가 편하다. 물이 천천히 들어오고 빠져 하늘하늘 물결 따라 평화롭게 자라면 되니, 미역 옆 날개가 코끼리 귀처럼 넓게 퍼져 자란다. 바닥의 뻘에서 무기질을 쭉쭉 빨아먹기 때문에 속이 꽉 차, 부피에 대비해 질량도 높다. 그래서 국을 끓이려고 넣으면 냄비 아래로 축 가라앉고, 면적이 넓은 만큼 식감이 부드러워 국으로 끓였을 때 훌훌 마시기 좋다. 반면 부산 깊은 바다에서 자란 미역은 팔자가 드세다. 세찬 하류와 차가운 바닷물에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자란 옆 날개가 크지 못하고,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운데 기둥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산 미역은 쫄깃하고 차진 식감을 낸다. 보통 기장미역을 쫄쫄이 미역이라 부르는데, 쫄쫄이 미역은 이 차진 식감을 살려 회로 많이 먹는다. 

     

    바닷속 미역밭

    바다에 가면 여기저기 부표에 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바다밭의 구역을 표시해놓은 것이다. 요즘은 미역을 거의 양식으로 키우는데, 채소가 육지의 밭에서 자라듯, 바다에는 미역이 자라는 밭이 있다. 육지에 있는 양식장에서는 연 타래처럼 생긴 밧줄에 미역 포자들을 발라 어느 정도 기른 후 이를 각자의 바다 양식장으로 보낸다. 실지렁이처럼 씨앗을 매단 밧줄은 그대로 바다밭에 줄줄이 담기고 양식장 주인들은 부표를 띄워 자기네 밭을 표시해둔다. 미역 씨앗은 종류가 한 가지로, 이는 어촌협회에서 공동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미역은 똑같은 날 종류로 태어나게 된다. 이 씨앗이 어느 바다로 입양돼 길러지느냐에 따라 경상도로 가면 경상도 미역, 전라도로 가면 전라도 미역으로 성격이 달라지는 셈이다.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는 미역의 일생

    미역은 해수 온도에 무척 민감해 17℃가 넘으면 몸이 인어공주처럼 녹아 물속으로 사라진다. 양식 미역은 보통 추워지기 시작하는 12월 말에서부터 2월 말, 3월까지 수확을 한다. 자연산인 돌미역은 3월 말부터 생기기 시작해 4월 제철을 맞은 후, 5월 중순이 지나 물이 따뜻해지면 몸이 분해되며 포자를 퍼뜨린다. 이때가 되면 미끄덩거리고 기분 나쁜 맛이 나기 시작하고, 심지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도 생긴다. 때문에 제철이 지난 생미역은 먹지 않은 것이 좋다. 본래 해조류는 자기들이 먹을 게 풍부한 곳에 매달려서 뿌리를 내린다. 바위 주변에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섬 바위 주변에서 포자를 퍼뜨리며 옆으로 퍼지지, 뜬금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자연산 미역인 돌미역은 대개 바위 주변에 있다. 본래 예전에는 자연산 미역만 있었지만, 양식 기술이 발달해 지금은 오히려 양식으로 수확하는 수가 훨씬 많다. 어차피 약 뿌리고 비료주어 기르는 것이 아닌, 같은 바다에서 자라는 것이라 자연산과 양식에 별 차이는 없다. 다만, 수온이 높아지면서 양식장이 서해로, 북쪽으로 조금씩 올라가고 있고, 같은 남해산 미역이라도 뻘이 있는 지역인지, 깊은 바다였는지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달라진다.

     

    이른 새벽, 미역 수확에 따라 나서다

    미역 수확은 무척이나 고된 작업니다. 물을 잔뜩 머금은 미역이 줄줄이 달린 밧줄은 건져 올리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게다가 허리를 구부리고 차디찬 바닷물에 손을 담근 채로 미끄러운 미역을 잡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보는 사람도 손이 얼얼할 지경이다. 새벽 2시부터 시작되는 조업은 꼬박 1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난다. 기장 미역이 가장 많이 나는 대변항 일대는 그나마 사람이 걷어낸 밧줄을 말아 올리는 일은 기계가 하지만, 청사포에서는 줄을 걷어 올리고 밧줄에 매달린 미역을 칼로 잘라내는 일까지 모두 사람 손을 거친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조업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렇게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곳은 청사포가 유일하다. 그리고 이 세대가 지나면 이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될 것이다.

     

    제철 맞은 미역, 맛있게 먹는 법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미역이니 그 자리에서 직접 먹어보자 싶은 생각에 미역 한 줄기를 떼어 덥석 물었더니 이게 웬일, 신선한 바다 맛이 날 거란 예상과 달리 알 수 없는 풋내가 코를 찔렀다. 미역 겉면에는 떫고 비린 맛을 내는 특유의 성분이 있기 때문에 생미역은 빨래하듯 바락바락 주물러 거품을 제거해야 한단다. 그래야 단맛이 나고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고. 생미역은 오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먹을 만큼만 구입하고 남은 것은 데친 다음 밀봉해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각 지역에서 공수한 미역 구경

    미역은 해풍에 말려야 오롯이 제맛을 지킬 수 있다. 찬 바깥바람에 서서히 말리면 건조되는 시간은 더디지만, 공들인 만큼 다시 물에 불렸을 때 바닷속에 있던 상태 그대로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향이 살아난다. 그런데 수작업으로 걷어 올린 미역은 손으로 일일이 널어 말려도, 대량으로 수확한 미역은 이렇게 말리기가 어렵다. 때문에 건조실에 들어가 열풍건조를 거치게 된다. 열풍으로 건조한 미역은 살짝 익은 상태이기 때문에 초록빛을 띤다. 그러고 보니, 즉석식품에 들어 있는 건조 미역은 색이 유독 진한 초록을 띠었떤 기억이 나지 않나. 이렇게 자른 미역이나 세척해 나온 미역은 열풍 건조로 말렸을 확률이 높다. 뜨거운 바람에 훅 말린 미역은 아무래도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은 그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냉건풍 미역이 나오기도 한다.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냉건풍 미역은 해풍에 건조된 것과 가장 비슷한 맛이 난다. 말린 미역은 켜켜이 쌓인 긴 덩어리인데다 모두 까맣기 때문에 겉에서 보았을 땐 그저 다 같이 시커멓고 긴 뭉치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실 색과 모양의 구분이 어렵다. 하지만 미역을 불려보면 비로소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짐작이 된다.

     

    1. 완도 산모용 돌각 : 돌에 붙은 자연산 미역을 일일이 손으로 따낸 미역. 잎이 두툼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서남해 미역으로 길고 넓은 최상급 미역은 산모 미역으로 쓰인다. 사람이 일일이 뒤집어가며 바짝 말렸다.

     

    2. 완도 일반 미역 : 가로30cm, 세로110cm 내외로 가로25cm, 세로100cm인 일반 돌각에 비해 길고 넓다. 완도 미역은 갯벌이 풍부한 서남해 지형의 특징 때문에 조류 흐름이 완만해 잎이 넓게 자란다. 완도산 미역은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해 오래 끓이면 물에 잘 퍼지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3. 거제도 돌미역 : 자연산 돌미역이지만 완도산보다 두께가 얇고 부산의 양식 미역보다 줄기가 통통하며 잎이 넓다. 이를 미루어 짐작하면 부산 바다보다 물살이 완만한 곳에서 자란 것임을 알 수 있다.

     

    4. 진도 미역 :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미역. 물에 불렸을 때 선명한 초록색을 띠는 것으로 보아 온풍 건조를 거쳤거나 한 번 데친 후 말린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역을 대량으로 건조 가공하는 경우 보통 이렇게 온풍 건조를 거치는데, 식감은 부드러워지지만 자연적으로 말린 것보다 풍미가 떨어진다.

     

    5. 기장 미역 : 기장 미역을 대표하는 대변항과 청사포의 미역. 동해의 빠른 조류에서 자라 잎이 좊고 가늘며 줄기 또한 가늘어 부산 사람들이 이를 쫄쫄이 미역이라 부른다. 최근 냉풍 건조방식의 미역 가공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바닷바람과 같은 조건으로 미역을 말려 출하하고 있다. 이렇게 검은빛을 띠는 미역은 미역의 향이 최대한 본래와 비슷하게 유지된다.

     

     

    # 다시마는 사시사철 나지만, 미역은 추워지는 12월부터 자연산 미역이 나는 5월 초 정도까지만 생으로 먹을 수 있다.

     

    # 청사포에서는 원시적인 미역 수확의 마지막 풍경을 볼 수 있다.

     

    # 미역은 건조대 위에 켜켜이 줄을 세워 한 단씩 말린다. 기장은 미역이 맛있게 마를 수 있는 해풍과 태양 빛을 가지고 있어 기장 미역은 말린 것도 맛있다.

     

    # 기장 미역은 대부분 대변항 앞바다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미역 포자체는 10월과 11월에 나타나는데 해수의 수온이 10~16℃인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아주 빠르게 성장한다. 이 시기에 미역 양식이 이루어진다.

     

    # 미역은 끝 부분을 보면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데, 파뿌리처럼 생긴 것이 수컷, 돌돌 말린 것이 암컷이다. 보통 '미역귀'라고 불리는 이 부분은 사실 생식기로 꼬들꼬들한 맛이 나는 데다 귀하기 때문에 대부분 생으로 먹는다.

     

    # 60℃ 이상의 온풍 건조로 말린 미역은 불렸을 때 초록빛을 띤다. 시커먼 색을 띠는 것이 오히려 서늘한 바람에 말린 좋은 미역.

     

    # 문의바다회식당(051-722-1765) / 갯돌소리(061-552-2729)

     

     

     

    출처레몬트리 2013 2월호

     

    기획 - 오영제 기자

    사진 강진주(AO Studio)

     

    안은금주(식생활소통연구가) -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의 대표이자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레몬트리는 그녀와 함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식문화 여행, 컬리너리 투어를 선보인다.

     

     

     

    빅팜컴퍼니()

    www.big-farm.com /02-446-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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